‘전설’이라는 매혹적 소재 잘 녹여
‘전설’이라는 매혹적 소재 잘 녹여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0.05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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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이야기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

[북데일리]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넘치는 동화 <우리 동네 전설은>(창비.2012)이 출간됐다. 제목과 푸른 표지 속 사내아이의의 연결점이 ‘전설’로 느껴져 책 전면부터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도시에 살던 주인공 준영이는 부모님의 결정으로 원치 않았던 시골 마을 득산리로 이사를 왔다. 아빠가 말하는 무릉도원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데다 낯선 시골 생활에 도통 마음을 열수가 없었다. 동네 아이들과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던 준영이는 득산리의 규칙을 듣게 됐다.

바로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마을까지 절대로 혼자 갈 수 없다는 규칙이다. 얼토당토않은 말에 무시하려 하지만 아이들이 진지하게 설명하는 태도에 겁을 먹게 된다. 마을 도처에 아이들의 간을 빼간다는 방앗간 노부부와 아기를 잃은 여자 영혼이 뱀산을 떠돈다는 등 무서운 전설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준영이는 아이들과 어울려 학교를 오가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 그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행복을 인정해 갈 무렵 밤밭에 서리하러 갔다가 밤밭의 주인 돼지할아버지에게 붙잡히고 만다. 이 할아버지는 아이들만 보면 정신이 이상해지고 심지어 가두기까지 한다는데 준영이는 무사할 수 있을까.

책은 첫 부분부터 독자를 사로잡는다. 마을에 전해오는 ‘전설’이라는 소재와 ‘시골’의 배경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주인공 준영이는 부모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로 그려졌지만 아이다움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현실적인 모습은 전설을 진짜로 느껴지게 하는 장치역할을 했다.

잘 만들어진 인물은 비단 주인공에서 그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살아 있는 캐릭터로 부각되는 덕수를 비롯한 아이들의 대사와 행동은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이는 이야기의 맛을 살리는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시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빠른 전개로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책을 통해 자칫 뻔할 수 있는 시골이야기가 현대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노련한 글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무릉도원처럼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긴장감 있는 이야기는 곳곳에 배치된 감성코드와 맛 물려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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