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넣고 후추 뿌려 `책 먹는 여우`
소금 넣고 후추 뿌려 `책 먹는 여우`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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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너무 좋아해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여우이야기 <책 먹는 여우>(김영사. 2001)는 ‘양서와 독서’의 중요성을 재치있게 희극화한 우화다.

주인공 여우는 책먹기를 좋아 하지만 아무 책이나 먹지 않는다. 양질의 책이 대신 폐지나 값싼 광고지를 먹자 털이 거칠어지고 윤기가 사라진다. 간접적이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좋은 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간이 의식주를 지탱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듯 여우도 좋아하는 책을 먹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이 떨어진 여우는 더 이상 책을 사먹을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이때 나타난 종이향기는 여우를 자극한다. 결국 몰래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먹던 여우는 사서에게 들켜 출입금지 당한다. 급기야 서점까지 털게 된 여우는 쇠고랑을 차고 만다. 내려진 형벌은 독서금지. 상황은 `희극`이지만 책을 사 먹을 돈이 없어 서점을 터는 여우의 행위는 탐서주의자라면 공감할 만한 `비극`이다.

감옥에 간 여우가 수용소에서 원고지를 훔쳐 글을 쓴 빅터 E. 프랭클린처럼 글을 쓰기 시작하는 상황부터는 `반전`이다. 그간의 독서량이 놀라운 글 솜씨로 발휘되어 책을 쓰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여우의 글은 교도관들을 감동시키고 소설가로 크게 성공한다. 읽기 만이 아닌 쓰기 중요성도 언급하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소금과 후추의 의미는 간단하다. 받아들이기만 하는 단편적인 사고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갖춘 능동적인 독서다.

전통 우화의 형식을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동화를 창조해 낸 저자 프란치스카 비어만은 함부르크 조형예술학교에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어린이와 성인을 아우르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스테디셀러다.

대전시립무용단은 2004년, 2005년에 걸쳐 동명의 이름으로 된 무용극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사진 = 무용극 `책 먹는 여우` 공연 장면 중)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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