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남여작가 `두가지 시선, 한가지 사랑`
한-일 남여작가 `두가지 시선, 한가지 사랑`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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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간 이메일로 소통하며 한겨레에 연재해 온 공지영-츠지 히토나리의 연작 대칭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소담. 2005)은 한국인 홍이와 일본인 준고,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각각 두 작가의 시선으로 두 권의 책에 나누어 담아냈다. 남과 여, 한국과 일본이라는 가깝고도 먼 두 존재의 소통을 다뤘다.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은 ‘우정의 해’를 기념해 양국의 역량있는 두 남녀작가가 러브스토리를 함께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공지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예고됐던 사랑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써 내려갔고, 에쿠니 가오리와 단짝을 이뤄 <냉정과 열정사이> <황무지에서 만나다> 등을 집필해 온 츠지 히토나리는 한국의 여류작가와 공동작업을 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두 권의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같은 인물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가지 시선이다.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증명을 반복해 온 공지영은 사랑 이전에 존재하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여전히 ‘누락’시키지 않는다.

“결국 또 내 가슴을 철렁이게 할 단 한 사람, 헤어진대도 헤어지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떠나보낸 그 사람, 내 심장의 과녁을 정확히 맞추며 내 인생 속으로 뛰어들었던 그 사람, 처음 만난 순간부터 만년을 함께했던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을 주었던 그 사람, 내 존재 깊은 곳을 떨게 했던 이 지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사람” (본문 중 , 공지영 편)

츠지 히토나리의 글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 등에서 보여준 일본문학 특유의 ‘우연’과 ‘기적’을 동반하는 감수성이 발견된다.

“그렇게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평온한 시작이었으나, 그 작은 만남 뒤에 두 나라를 걸친 운명적인 사랑과 이별이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의 기적이 둘을 만나게 한 것처럼 또 몇 번의 기적이 더해져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본문 중, 츠지히토나리 편)

공지영이 ‘인간’을 믿는다면, 츠지히토나리는 ‘운명’을 믿는다. 홍이와 준고가 겪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두 작가의 심리묘사는 ‘거점’의 차이를 보인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이제껏 내 문학이 등에 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던 짐을 조금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다 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내 자신에게 말해 주었지요” (공지영)

“나는 이번 작품을 두 나라 역사에서 매우 드물고 기쁜 사건으로 평가하고 싶다. ‘한일 우호의 해’ 끝자락에서 이 작품의 출간을 볼 수 있어 무척 기쁘다. 이건 우리들의 꿈이기도 했다. 이제는 서로가 진정으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츠지 히토나리)

전혀 만날 것 같지 않던 두 작가의 이야기가 만나는 엔딩의 카타르시스가 긴 여운을 남긴다.

(그림 = 사무엘 가나 작 `연인들` / 사진 =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피에르 가로의 묘소 조형물 `슬픔`)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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