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박사'가 전학왔어요
'논어 박사'가 전학왔어요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03.31 0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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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 맞춘 <논어>...이야기와 버무려 재미

[북데일리]자그마한 키에 한복차림. 거기에 고무신까지. 서울 동점초등학교 4학년 5반에 명물이 전학 왔다.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실천하겠다며 꾸벅 인사를 하는 4학년 초등학생.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바로<논어 우리 반을 흔들다>(학고재. 2012)의 주인공 예범이와 서울 동점초등학교 4학년 5반 개성 만점 아이들의 좌충우돌 재미난 이야기다.

얌전하고 생김새마저 고운 우등생 ‘홍주’와 2등 짜리 시험지를 받자마자 찢어버리고는 하얗게 질려 쓰러져버린 ‘지민’. 그리고 게임에 너무 푹 빠져 중독증상까지 보이는 ‘우준’. 여기 저기 참견에 정신없는 ‘천국’이까지. 요즘 우리 아이들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기에 아이들의 마음과 삶에는 여유가 없다.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서울 아이들 틈바구니 속에서 기가 죽을 만도 한 예범이는 도리어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논어>를 가르치며 아이들의 마음 문을 연다.

“너 앞으로 공자인지 맹자인지 그딴 소리 하기만 해 봐. 듣기만 해도 뇌가 흔들리거든.”
“공부할 것도 많은데 그까짓 논어 이야기 하나로 관심 끌려고 한다니까.” (48쪽)

주인공은 자신을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서울 친구들의 삭막한 사고와 정서에 한 마디의 단비를 뿌리며 독자를 매료시킨다.

“‘여유주공지재지미(如有周公之才之美)라도 사교차린(使驕且吝)이면 기여(其餘)는 부족관야이(不足觀也已)니라.’ 주공과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교만하고 인색하면 나머지는 볼 것이 없다고 했는데…….” (48쪽)

어른 뺨치는 재기를 가진 주인공 김예범. 이 아이의 소신 있는 생각과 행동들은 책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 있는 장치 역할을 한다. 또한, 4학년짜리 주인공 입을 통해 적재적소를 찌르는 <논어>의 구절들은 독자의 마음판에 진하게 새겨진다.

어른이 보기에도 어려운 <논어>의 구절구절들이 아이들이야기와 버무려져 입맛 돋는 명품요리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2천 500년 전 공자의 가르침이 더 이상 잔소리가 아닌, 흥미로운 자신의 이야기로 변한다.
“‘덕불고(德不孤)라, 필유린(必유有鄰)이니라’ 떡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입니더.” (75쪽)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위해 망설임 없이 ‘덕’을 ‘떡’으로 발음하며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는 예범이는 동점초등학교 4학년 5반 친구들에게 선물을 남기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웃과 어울릴 줄 모르고, 가치를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것들이 매매되는 현대. 우리 아이들 삶의 나침반이 될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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