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을 잘라내렴` 신데렐라 잔혹사
`발가락을 잘라내렴` 신데렐라 잔혹사
  • 북데일리
  • 승인 2005.12.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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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가 될 사람은 이 구두에 딱 맞는 발을 가진 사람이오”

신데렐라의 왕자가 신발 주인을 찾아다니는 장면에서 신데렐라의 이복언니들은 발에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분노한다. 그러나 의외로 계모는 이성적이다. 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발가락을 잘라내렴” “발뒤꿈치를 잘라내렴”

친딸들의 신체부위를 거리낌 없이 절단시키는 계모의 태도에서 그림형제가 모은 민화집의 잔혹함이 드러난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문학동네. 2005)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담긴 ‘첫날밤 강박증` 에 대한 날카로운 해석을 담는다.

책은 나카자와 신이치가 쓴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을 인용, `신데렐라의 신발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물건`이라는 해석을 소개한다.

저자 권혁웅은 신데렐라가 거처하는 아궁이도 현실과 다른 세상을 잇는 출입구이며 그런 이유로 신데렐라는 두 세계를 중개하는 일종의 ‘샤먼’이 된다는 나카자와 신이지의 주장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얼굴이 아니라 신발로 제 주인을 찾는 다는 것,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일종의 소궁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본문 중)

저자는 신발을 신는 행동을 ‘성교’에 비유한다. 두 언니는 신을 신으며 피를 흘렸고 이로 인해 처녀성을 상실했지만, 신데렐라는 피를 흘리지 않았기에 왕자의 짝이 될 만큼 순결한 존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 처녀성을 바라보는 신데렐라의 남성위주의 사고방식도 비판했다.

이야기의 핵심적 모티브인 ‘신발’을 바라보는 새로운 해석은 책에 담긴 신화에 담긴 열여섯가지 사랑 코드의 ‘일면’ 일뿐이다.

신화에 담긴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향해 새롭고 도발적인 해석을 던진 저자는 시인다운 유려한 문체로 신화에 담겨진 다양한 매력을 북돋운다.

(사진 = 애니메이션 ‘신데렐라 2’ 스틸컷) [북데일리 정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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