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이희수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두 달 만에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금융위원회와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10일 금감원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 9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5개 부문 17개에 걸쳐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윤 원장은 현 금융 상황에 대해 “담보대출 등 손쉬운 사업에 치중함으로써 가계부채가 누증해 소비수요가 억제되고,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중개 기능 약화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 회사가 단기성과 중심 경영, 폐쇄적 지배구조, 부실한 내부통제 등으로 소비자 보호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금융사고와 불건전 영업행위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감독혁신 과제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혁신 과제의 첫 번째 포인트는 근로자추천이사제다.
윤 원장은 내년부터 금융사 경영실태평가 때 근로자 등 사외이사 후보군의 다양성을 집중 점검하고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여부 등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해 12월 혁신위원장 재직 당시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혁신위 권고안을 금융위에 제안했지만 금융위는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원장은 ‘노동이사제’를 ‘근로자추천이사제’로 바꾸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이사로 직접 들어가는 것이고,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가 되는 것을 말한다.
윤 원장은 아울러 지난 2008년 발생한 키코사태를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피해기업 재조사 등을 통해 피해 사항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 권고안과 일치하는 것으로, 당시 최종구 위원장은 혁신위 권고에 대해 "관련한 검찰 수사가 있었고 대법원 판결이 다 끝났다"면서 "이런 시점에서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윤 원장이 제시한 혁신과제는 결국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겠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두고 금융위와 금감원 간 인식차가 드러났다.
윤 원장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조치안 수정 요구에 대해 "증선위가 수정 요구를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원안 고수가 우리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해 반 발짝 물러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떠냐는 금융위의 요구를 금감원이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 측은 이날 금감원이 제시한 방대한 금융감독혁신과제와 관련해 “금감원이 제기한 의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라며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은 할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희망사항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