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 책]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아이를 죽인다
[추천! 이 책]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아이를 죽인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5.28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r>
<이상한 정상가족> 김희경 지음 | 유승하 그림 | 동아시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있다?

이런 색다른 주장을 펴는 책이 있다. 한국인의 의식이 ‘가족’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2017)은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저자에게 격려편지를 보내 화제가 됐던 책이다.

저출산, 사교육, 아동 학대, 입양 등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지목하고 가족주의가 불러오는 세상의 문제들을 짚었다.

이를테면 미혼모와 그 자녀를 ‘비정상’으로 바라보고 멸시하는 문화가 그렇다. 이는 미혼모가 양육을 선택하지 못하고 아이를 버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인정이 거의 없는 현실에 멸시까지 감당해야 한다.

출산은 가족 안에서만 성립한다는 가족주의 원칙을 깨뜨린 순간, 미혼모들은 사회뿐만 아니라 원가족의 냉대를 견뎌야 한다. 또 학업의 중단, 미혼부의 실종,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현실문제도 따른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고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를 향해 비정한 모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제도와 정책들이 가족 단위로 설계되고 공적 영역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가족이 짐을 떠안는 사회에서 살아와 사고가 그에 걸맞게 규격화된 탓이다.

미혼모에 대한 차별은 한 아이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아이의 인권이라는 맥락에서 미혼모 가정이든 입양 가정이든 재혼 가정이든 동성 가족이든 가족의 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가족 안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누릴 혜택과 권리,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에 대한 지원은 어떠한 차별도 없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구성원 중 가작 약자인 아이들에게 예측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다. 다문화 가정을 향한 인종차별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이미 20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이 살지만, ‘혈통적 한국인’들이 정상가족이 되어 다문화가정, 이주노농자와 그들의 자녀를 차별한다.

책은 사회적인 낡은 인식과 가족주의 제도로 인해 아이들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크고 잔인한지, 따뜻하고 친밀한 가족이라는 상징성으로 묵과되는 가족 내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행위인지 묻는다. 추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