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임금들도 사랑했던 수박
[책속에 이런일이] 임금들도 사랑했던 수박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5.14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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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과일 문화사> 도현신 지음 | 웃는돌고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여름 갈증에 수박만한 과일이 또 있을까. 달콤한 수박이 품고 있는 수분 함량이 90%니 그럴만하다. 수박사랑은 선조 때부터다. 수박과 얽힌 기록이 여럿이다. 그중 수박 한 통 훔쳤다가 매질에 귀양까지 간 예도 있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세종 5년(1423)에 궁궐 주방을 맡고 있던 내관 한문직이란 사람이 수박 한 통을 도둑질해 먹었다 들켜 곤장 백 대에 귀양까지 가야 했다. 수박 한 통에 매질에 귀양이라니 수박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일들은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귀하고 맛좋은 과일이었다.

그런가 하면 계유정난 때 공을 세웠지만 거칠고 난폭한 성미 때문에 지탄받았던 홍윤성이라는 인물도 수박의 달콤함에는 견디지 못했다는 내용이 야사 <기재잡기>에 실렸다. 또 세조는 영월로 귀양 간 조카 단종에게 매달 수박을 선물로 보냈고 연산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중종도 한 여인에게 수박을 선물 받고 감동해 좋은 모시를 답례한 이야기가 <중종실록>에 나온다.

<맛있는 과일 문화사>(웃는돌고래.2018)는 이어 수박에 얽힌 인종차별 이야기도 전했다. 미국에서는 수박하면 흑인을 떠올리는데 이는 인종차별적인 사고관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수박의 원산지는 머나먼 아프리카다. 수박도 노예선에 실려 미국으로 전해져 값싸게 재배됐다. 저렴하고 맛좋은 과일이니 고통받는 이들의 귀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백인들은 흑인 노예들이 수박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들은 아프리카 과일인 수박이나 먹는 게 맞다”라는 식의 조롱을 섞었다. 이는 ‘전라도가 홍어 요리로 유명하니 전라도 사람은 홍어나 먹어라’는 식의 맥락과 같다. 심지어 임신한 흑인 여성을 ‘수박씨를 밴 수박’이라 조롱하는 말도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마마도 이 같은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10가지 과일에 얽힌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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