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네덜란드를 향한 조롱 '더치페이'
[책속의 지식] 네덜란드를 향한 조롱 '더치페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4.13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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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 김선영 지음 |에이엠스토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뜻으로 쓰는 ‘더치페이 Dutch pay’의 어원에 네덜란드를 향한 조롱이 담겨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한턱을 내는 의미로 ‘더치 트리트 Dutch treat’라는 말을 쓴다. 그런데 그런데 17세기 무렵부터 영국인들이 돈만 밝히는 쩨쩨하고 인색한 네덜란드인이라는 인식을 강조하기 위해 ‘트리트 treat’를 ‘페이pay’로 바꿔 사용했다. 한턱을 내기는커녕 식사 후 자기가 먹은 것만 얄밉게 계산한다는 뜻이다. 영국인들은 왜 네덜란드인을 비하했을까.

본래 ‘더치 Dutch’라는 단어는 영국에서 독일 지역을 뜻하는 ‘도이치 Deutsch’라는 말에 기원을 두고 있다. 당시 네덜란드는 지금처럼 국가적 형태가 아니어서 독일과 근접한 지역으로 한데 묶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더치라고 불렀다.

그러다 1600년대 들어 네덜란드와 영국 간의 해상 무역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더치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두 나라가 충돌하며 세 번에 걸쳐 전쟁을 치르는 동안 양국의 감정은 깊어졌다. 이때부터 영국인들은 앙숙이었던 네덜란드를 뜻하는 ‘더치’라는 단어에 부정적이고 비하의 의미를 담아 사용했다.

술김에 부리는 객기를 의미하는 ‘Dutch courage’, 잔소리가 많거나 엄하게 꾸짖는 사람을 뜻하는 ‘Dutch uncle’, 위로인 줄 알았는데 듣고 나면 은근히 약 오르는 말인 ‘Dutch comfort’, 파티에서 주인이 손님보다 먼저 취하는 것을 뜻하는 ‘Dutch feast’,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리는 치사한 이별을 뜻하는 ‘Dutch leave’ 등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I’m a Dutchman’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는데 ‘내가 성을 간다’,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에이엠스토리.2018)에 소개된 내용이다.

책에 따르면 영어에서 더치페이는 종종 ‘Go Duch’로 쓰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다. 무엇보다 영어 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적 불명의 단어다. 무심코 쓰는 말에 한 나라를 향한 조롱의 의미가 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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