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인 `첫사랑`작가 `사랑은 희생`
조창인 `첫사랑`작가 `사랑은 희생`
  • 북데일리
  • 승인 2005.12.09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조용한 마을`에 살고 있는 작가의 사정으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 편집자 註

세 차례의 풀코스 마라톤 완주, 기차가 지나는 마을에서의 칩거. 소설 <길> 이후 2년 만에 <첫사랑>(세상의 아침. 2005)으로 돌아온 작가 조창인이 보내온 시간들은 부단한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2006년에는 6개월 동안 실크로드를 도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그는 ‘사랑’이라는 무기 하나로 <가시고기> <먼 훗날 느티나무> <따뜻한 포옹> <등대지기> <길> 을 통해 사랑을 믿지 않는 세상과 싸워왔다.

월간지 기자로 일할 때 만난 한 의사의 사연에서 출발한 <첫사랑>은 오랫동안 가슴에 사무쳤고, 그를 전업작가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시작에 있던 그 얘기를 이제야 꺼내놨다. 부성와 모성을 주제로 한 전작들과 달리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가의 첫 소설이기도 하다.

“내 소설은 사랑에 대한 모색이며 궁리다. 사랑을 전달하는 기법에 따라 대상은 달라진다. <가시고기>는 사랑의 정체, <등대지기>는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 <길>은 사랑의 방법을 그렸다면 <첫사랑>은 사랑을 지켜나가는 인내와 수고에 대한 이야기다“라며 작품 간의 차이를 설명했다.

조창인의 인물들은 온전하지 못한 가족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만 순수한 사랑을 만나 또 다른 희망을 얻는다. 늘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가족’이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일까.

"가족은 사랑의 시작이며 사랑의 뿌리다. 이웃을 품을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지금을 사랑이 붕괴된 시대라고 가정한다면, 무너진 기초를 다시 세우는 일은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미워하는 사람이 이웃을 사랑하겠다는 말은 억지다“

용서와 화해를 외쳐온 목소리는 작품 밖에서도 여전하다. 여성작가보다 더 진한 목소리로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도 궁금해진다.

“사랑은 본질은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그’를 앞세우는 일이며, ‘그’를 위해 ‘나’를 포기할 수 있는 용기다. 사랑만이 위태로운 세상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내 소설 속 인물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의 길을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의 강경한 목소리가 맑다.

많은 환자와 의사들을 만나며 썼던 <가시고기>, 등대원과 직접 생활하면서 완성했던 <등대지기>. 특별한 상황과 직업에 놓인 사람들에게 진실로 다가간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행복해 본 적은 없다. 늘 미흡했고, 돌아보면 불만이었다. 보람과 기쁨은 오히려 독자의 격려에서 온다. <가시고기>를 읽고 귀가를 결심했다는 가출했던 열여섯 살 소녀의 메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다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그. 빛을 비춰주고 물을 내려주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과 격려가 있었기에 덜, 외로울 수 있었단다. 수년간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향한 그의 올곧은 믿음이 변치 않기를, 일명의 독자로서 바란다.

(사진 = 가브리엘 코테타 作 `올드 커플`)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