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일본 5,000km '아빠의 청춘'
자전거로 일본 5,000km '아빠의 청춘'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12.19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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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 패달 밟은 차백성씨..."여행의 하루는 열흘"

 

[북데일리] 웬만한 여행기론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괜찮은 책을 내려면 달라야 한다. <재팬로드>(차백성. 엘빅미디어. 2010)는 독특하다. 하루 100킬로 안팎으로 패달을 밟아 총 로드 5,000km를 질주한 저자의 나이가 오십 대. 말이 그렇지 고독과 체력을 이길 자신이 없인 엄두를 낼 수 없다.

책은 괴물 같은 모험심과 열정을 가진 한 자전거 광의 일본 탐방기다. 그 나이에 홀로 80일간 패달을 밟았으니, 보통 사람들에겐 괴물이나 다름없다. 알고 보면 그는 이미 <아메리카 로드>라는 대 장정을 화제 속에 끝낸 철각이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일본 속에 남아 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 심수관 선생과의 만남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심 선생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예가의 14대 후손. 국내 언론에 심심찮게 소개된 바 있다. 책에 따르면 심 선생은 저자를 만나 저자의 기개에 놀라워하며 손수 붓으로 글 한 편을 써줬다. ‘銀輪結世界'(은륜결세계, 자전거로 세계를 묶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한껏 고무된 감정을 드러냈다.

책은 일본 문화 유적 순례기이기도 하다. 금빛으로 빛나는 킨카쿠지(금각사) 누각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은 오사카 성이 아름답다. 그 중, 우리 역사가 일본의 일부를 만든 징표가 있으니 반가움이 더하다. 일본 국보 제1호인 고류지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그 주인공. 일찍이 칼 야스퍼스는 다음과 같이 칭송했다.

'나는 인간 존재를 완성시킨 모습을 보여주는 세계 여러나라의 예술작품을 접해왔다. 모두 지상의 인간적인 냄새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불상은 인간 실존의 최고 이념을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다. 지상에서의 모든 시간적 속박을 초월해 달성한 존재의 영원한 표징이라고 생각한다.'

잘 알려지다시피 이 불상의 원형은 우리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일본에 없는 한국산 적송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증거의 하나다. 우리의 혼이 일본에 전해져 가장 사랑받는 미소가 된 셈이다.

여행은 장수의 지름길이다. 체력을 두 번째다. 남보다 인생을 몇 배 더 살게 한다는 점이 그렇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전폭 공감하는 이는 올 겨울, 자전거로 여행 컨셉을 잡아보면 어떨까.

“여행은 인생을 길게 한다. 여행에서 하루는 평소 열흘이다. 매일 새로운 사람과 사건을 체험하는 해외 자전거 여행은 농밀한 삶의 체험 현장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생활’이 아니다. 흘러가는 시간만 탓하며 타성으로 살기보다, 내 손으로 내 두 다리로 내 몸을 굴려 만들어간다. 변화는 권태의 묘약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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