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발 제 글 좀 봐주세요
선생님, 제발 제 글 좀 봐주세요
  • 임정섭 북데일리 대표
  • 승인 2010.12.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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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책을 통한 글쓰기①] 작문과 일기쓰기의 문제점

[BIE-책을 통한 글쓰기①] 선생님, 제 글 좀 봐주세요

초등학교 시절 글 한 편을 백일장에 제출한 적 있습니다. 나름대로 고치고 또 고치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는 탈락. 뽑힌 친구는 반에서 둘 셋 정도였습니다. 부러웠습니다. 아마 그들은 평생 글쓰기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졌을 테죠.

선생님께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백일장에 뽑혀요? 작문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제 글은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누구도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 글이 어떤 수준인지 측정 받을 길이 없었습니다.

살면서, 한 번도 글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아마 상을 받지 못한 이들 대부분이 비슷했을 겁니다. 백일장은 그들만의 잔치였습니다. 우리는 들러리였던 셈입니다. 선생님이 “너, 이렇게 쓰면 글이 좋아지잖니!”라고 첨삭을 해줬다면 어땠을까요.

돌이켜보니, 답을 알겠습니다. 필자는 지금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도를 받는 학생 중엔 국문학과나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초등 국어교사가 있습니다. 답 하나는 선생님도 글쓰기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건 편차가 있을 수 있으니, 두 번째 답이 더 중요합니다. 바로 글쓰기 교육의 문제입니다.

작문과 일기쓰기, 독후감 쓰기. 학교 때 했던 글쓰기 방법들입니다. 다 쉽지 않습니다. 일기쓰기 어땠나요. 소재가 매일 같은데 달리 써야 하니 늘 고민거리였지 않나요. 작문은 어떤가요. 주제를 주고 글을 짓게 하는 이 글쓰기 방법엔 결정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독후감쓰기의 문제점은 다음 편에 다룹니다)

설명해보겠습니다. 잘 쓴 글은 선생님이 쉽게 가려냅니다. 조금 손질하면 더 좋은 글이 됩니다. 못 쓴 글, 내용이 없는 글은 상황이 다릅니다. 잘 쓰도록 지도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작문은 글쓴이의 총체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첨삭지도를 하려면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죠.

한 학생이 방학을 이용해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기행문을 써왔는데 부실합니다. 그런데 글을 봐줘야 할 선생님은 미국에 가본 적 없습니다. 첨삭이 제대로 될까요. 만약 선생님이 학생과 미국에 함께 다녀왔다면 다음과 같이 조언할 것입니다.

“우리가 LA가서 뭘 봤지? 디즈니랜드에 간 내용을 넣으면 어떨까? 거기 갔을 때 너무 좋다고 하지 않았니? 그런 소감을 잘 정리해 써보렴.“

다시 말해 작문 지도의 가장 좋은 조건은 학생과 선생의 ‘경험 공유’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첨삭지도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서평이나 독후감 쓰기가 효과적입니다. 같은 책을 선생님과 함께 읽은 뒤 글을 쓰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책은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기쓰기의 소재고민이 해결됩니다. 즉, 글쓰기의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책을 활용한 글쓰기’입니다.

*BIE(Book In Education, 책활용교육,) : 지식과 정보, 삶의 지혜가 가득 찬 책을 할용, 다양한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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