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에 조롱 트윗 '징역형'... 상식을 실천하는 영국
남의 불행에 조롱 트윗 '징역형'... 상식을 실천하는 영국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2.08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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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한국이라면 그랬을까. 영국의 대학생이 트위터에 한 축구선수의 불행을 두고 “빵 터졌다. 그 놈 죽었다. 하하”라는 조롱 글을 남겼다가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3월 어느 날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축구 경기 중 한 선수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팀 닥터 수준에서 손쓸 수 없는 위중한 상황이었고 경기장 안의 모든 사람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때 벌어진 놀라운 광경은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주심이 양 팀 감독과 주장을 불러 오랫동안 이야기 후 ‘경기 취소’를 선언한다. 수만 명의 관중은 ‘경기를 볼 권리’를 박탈당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트위터에 앞서 소개한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대학생의 변호사는 만취한 상태였다면서 정상참작을 주장했지만, 판사는 56일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 축구선수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라 못 박았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블랙피쉬.2018)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파브리스 무암바 선수 이야기다.

한국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경기 취소다. 조롱하는 한 줄 트윗에 징역형을 선 받은 경우도 피해자에게 상식 이하의 댓글을 남기는 한국풍토와 다르다. 이에 저자는 일련의 사건을 소개하며 인간이 가져야 할 마땅한 능력인 ‘공감’과 잇대어 설명한다.

“쓰러진 선수의 가족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돈 내고 경기장을 찾았다는 이유로 ‘자기 권리’나 따지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이다. 심판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앞으로 떳떳하게 살도록 도와준 셈이다. (중략) 술에 취했더라도 함께 슬퍼해야 하는 순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판결이다. 우리에게는 놀라운 모습일지 모르나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상식의 실천이었을 뿐이다.” (본문 중, 일부 수정)

상식을 실천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영국이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얼마 전 동료 괴롭힘으로 투신한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라는 여고생들의 대자보를 두고 보인 학교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교육을 진행했다. “안타깝지만 그걸 말로 풀면 안 된다” “인터넷에 올리거나 SNS 적으면 다 기록에 남는다” “나중에 정말 후회할 상황이 온다”는 말이 등장했다.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일까.

책은 우리 사회 병든 구석구석을 살핀다. 1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2부는 별걸 다 부끄러워하는 강박의 사회를 비판한다. 3부는 불균형 사회를 바로잡을 방법을 모색한다. 읽으며 불편하고 읽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시원한 책.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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