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문화산책]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퓨전 가족음악극으로 재탄생
[WP문화산책]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퓨전 가족음악극으로 재탄생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8.02.08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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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서 공연
▲ 우리 이야기로 만나는 <템페스트> 공연사진 (사진=서울남산국악당)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작품 <템페스트>가 오태석 연출가의 연출로 서울남산국악당에 퓨전 형태의 가족음악극으로 올랐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작곡가들에게 창작의 원천이 될 정도의 작품이다.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17번을 창작했고, 차이콥스키는 극을 소재로 3곡의 환상 서곡을 작곡한 바 있다. 걸작을 우리 전통 어법과 감성으로 재해석해 ‘가족음악극’으로 연출했다니 기대가 커진다.

오태석의 <템페스트>의 플롯은 원작과 같다. 원작은 밀라노 공작이었던 프로스페로가 나폴리의 왕 알론조와 동생 안토니오의 음모로 딸 미랜더와 함께 외딴 섬으로 추방된다. 이후 프로스페로가 마법의 힘을 익혀 알론조 일행의 배를 폭풍우를 일으켜 난파시키며 복수의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미랜더와 알론조의 아들 퍼디난드의 사랑을 계기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와 재결합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플롯을 기본으로 원작의 주인공 프로스페로가 가락국의 8대 왕인 질지왕으로, 나폴리왕 알론조는 신라의 20대 자비왕으로 바꿨다. 동생 안토니오는 소지로, 원수와 사랑에 빠지는 미랜더는 아지로 그녀를 사랑하는 퍼디난드는 세자로 등장한다. 또 괴물 에어리얼은 한국 무속신앙의 액막이 인형인 제웅으로 각색해 배경을 삼국시대로 치환시켰다.

이에 따라 배우들의 의상과 음악도 한국적 색채가 더해진다. 극 초반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북소리부터 전통악기, 탈, 부채, 한복 등의 소품을 활용해 우리 전통문화를 담았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굿이나 전래놀이도 등장해 남녀노소 우리 문화에 푹 빠질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 우리 이야기로 만나는 <템페스트> 공연사진 (사진=서울남산국악당)
▲ 우리 이야기로 만나는 <템페스트> 공연사진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지난 1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열린 ‘템페스트’ 프레스콜에서 3년 전과 달라진 점에 대해 오 연출은 “단순해졌다는 거죠. 더 어려졌고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 작품은 조금 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어요”라 답했다. 그래서일까. 동화가 갖는 함의와 함축이 극에서도 느껴지는데, 작품에 대한 배경정보가 없다면 장면 전환이 급작스럽게 느껴질 지점들이 존재한다.

특히 중간중간 극의 빛깔을 더하는 판소리에 익숙하지 않다면, 가사 전달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창작뮤지컬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극의 서사가 기대보다 매끄럽지 못하다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다. 

가족음악극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만큼, 외국인들을 위한 특별자막 서비스처럼 한글자막 서비스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싶어 아쉬움이 남았다. 초등학생 및 유아를 동반한다면 극에 대한 배경 설명을 충분히 하길 권한다. 그렇지만, 작품 내내 귀에 감기는 우리 가락은 조화로웠고, 때론 웅장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전개되는 만큼 몰입도도 분명하다. 배우와 무대, 극단의 합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2011 헤럴드 엔젤스상’을 수상하고 ‘2011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2014 뉴욕 La MaMa 극장’, 최근 ‘2016 칠레 산티아고 아 밀 페스티벌(Santiago A Mill Festival)’에 초청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한편, 공연은 이달 21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진행된다. 설 연휴 셰익스피어와 삼국유사가 만난 퓨전 가족음악극으로 따뜻한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 우리 이야기로 만나는 <템페스트> 공식 포스터 (사진=서울남산국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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