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감동 잘 버무린 윤성희 글솜씨
익살-감동 잘 버무린 윤성희 글솜씨
  • 서유경 시민기자
  • 승인 2010.11.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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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꾼들'이 목격한 사연들... 알고보면 우리 이야기

 


[북데일리] <감기>,<거기, 당신?>의 작가 윤성희가 첫 장편을 선보였다. <구경꾼들>(문학동네, 2010)이란 제목이 흥미롭다. 누군가를 지켜보는 일은 관심이 있을 때 가능하다. 때로 지나친 관심은 상대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책을 읽기 전에 떠오른 단어는 관심, 애정, 훔쳐보기, 동물원 등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스타나 동물은 언제나 행복할까. 그래도 누구나 구경꾼이 아닌 주목받는 삶을 꿈꾸기 마련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다. 한 가족의 일대기라 해도 좋다. 내가 존재하기 이전의 가족을 시작으로 내가 성장하는 동안 변화하는 이야기. 부모님의 연애사, 친가와 외가의 이야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으로 가족 모두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러니까 그들은 모두 엮여 있는 나로 시작한 모두의 이야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큰 삼촌, 작은 삼촌, 고모, 나로 구성된 가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제 독자는 3대 가족을 구경하는 구경꾼이 된다.

  모든 가족의 일상이 그렇듯 소설 속 가족도 평범하다. 불행은 큰 삼촌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었다. 가족 여행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입원한 병원의 옥상에서 떨어진 여자에게 깔려 죽는다. 여덟 명이 아닌 일곱 명이 모여 앉은 식탁을 떠올리자 코끝이 찡하다. 큰 삼촌의 죽음으로 아버지는 삶에 회의를 느끼고 어머니와 여행을 떠난다.

 소설은 부모님의 여행과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로 계속된다. 낯선 나라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네의 그것과 똑같이 닮았다. 감동적인 사연, 슬픈 사연, 모두가 자신만의 사연이 있었다. 내게만 닥친 불행이 아니었고, 기적이라 불리는 일들은 계속 이어진다. 나는 방황하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여덟 명이었던 나의 가족이 점차 줄어들고 나는 더이상 소년이 아니다. 비워진 가족의 자리에 새로운 가족이 들어오고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부모님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라볼 것이다. 구경을 하는 동안 부모님은 자신을 잊을 것이다. 그러니 부모님을 구경할 또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뷰파인더로 아버지를 들여다보았다. 얼굴을 반으로 자른 다음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하는 소리에 맞춰 숨을 멈추었다. p.237

 소설은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가지를 치며 뻗어나가는 형식으로 확장된 이야기 속에 독자는 빠져든다.  솔직히 말하면, 직접 읽어야만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윤성희의 입담이 얼마나 대단하지 전하지 못함이 아쉽다.

 적절한 익살과 적절한 슬픔이 어우러진 따뜻한 소설이다. 살아가면서 쉽게 놓칠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말한다. 소설을 통해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은 곧 나와 당신의 이야기였다. 해서, 슬픈 사연에 함께 울고 기쁜 사연에 함께 웃는다. 누군가의 삶을 구경하던 구경꾼이었던 당신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을 게 분명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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