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세상이 입체로 보였어요
놀랍게도 세상이 입체로 보였어요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07.09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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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 수전 배리의 체험담 <3차원의 기적>


[북데일리] 시각장애인과 일반인. '눈' 대해 보통 우리는 딱 두 가지 분류를 한다. 그러나 '중간자'가 있다. 입체적인 시각을 갖지 못한 이다. 신경과학자 수전 배리가 그 중 한 명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평평했던 세상이 3차원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3차원의 기적>(초록물고기. 2010)은 이 수전 배리의 체험담과 연구성과를 담은 책이다. 어릴적부터 사시였던 수전이 쉰살을 눈 앞에 둔 어느 날. 운전하던 중 느닷없이 자동차 핸들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의 시각 변화. 수전은 이를 좀 더 시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어느 겨울날. 얼른 점심을 때우려고 교실에서 식당으로 바삐 가고 있었어요. 저는 별안간 걸음을 멈추었어요. 탐스럽고 촉촉한 눈송이들이 저를 둘러싸고 느릿느릿 떨어지고 있었어요. 저는 눈송이들 하나하나 사이의 공간을 볼 수 있었고, 그 모든 눈송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3차원의 군무를 추고 있었어요."

"과거에는 눈이 저보다 조금 앞에 있는 한 장의 평면 안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을 거예요. 저는 제가 내리는 눈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느꼈을 거고요. 하지만 이제, 저는 제 자신이 내리는 눈속에, 눈송이들 한가운데  있다고 느꼈어요. 점심도 잊은 채, 저는 몇 분 동안 내리는 눈을 지켜보았고, 깊은 환희감에 압도되었어요. 내리는 눈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답니다. 특히 생전 처음 볼 때는 말이죠."

입체영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가 여기에 있고, 내가 보는 모든 것은 저쪽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런 점에서 입체시가 없는 사람들은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관찰자처럼 본다. 반면에 입체시를 갖는 순간 세상은 그야말로 신기해진다.

흥미롭게도 수전은 자신이 '입체 맹'인 줄을 몰랐다. 대학생 때 비로소 자신이 남과 다르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뒤 거의 30년 정도가 흐른 후에야 그녀는 입체시라는 기적같은 선물을 받았다.

수전은 신경과학계의 정설을 깨트렸다. 과학의 주요 분야였던 광학을 연구한 옛 천재들이 끝내 풀지 못했던 비밀은 바로 ‘시각’이었다. 우리의 눈은 왜 두 개이며, 두 눈이 보는 것이 약간씩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입체를 어떻게 보게 되는 것인가.

이들은 인간의 두 눈이 보는 것에서 약간씩 차이가 나는 게 일종의 결함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두 눈이 보는 것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리는 입체를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로 보기 때문이다. 두 눈에서 들어온 정보는 뇌에서 하나로 융합된다.

수전의 이색적인 경험은 시각과 그 감각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시각문제도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수전의 이야기가 학계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저명한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가 <뉴요커>에 쓴 '스테레오 수'라는 글 때문이었다. 이 글을 두가지 측면에서 화제를 불렀다.  

하나는 입체시를 얻기 위한 '결정적 시기'(대략 3~4세경)가 지난 다음에는 입체시를 얻지 못한다는 기존의 학설이 실증적인 경험을 통해 깨지게 된 사건이다. 또 하나는 다음과 같다.

"내 이야기에 대한 반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수백 통의 이메일과 편지가 왔다. (중략)나는 금세 내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새로운 시각에 깜짝 놀라고, 미친 듯이 기뻐 날뛰고, 때때로 당혹스러웠던 것이다." -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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