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사물이 주는 소중한 선물
사소한 사물이 주는 소중한 선물
  • 김지우기자
  • 승인 2010.07.05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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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그 물건 때문에 옛 추억 떠올린 적 없나요

[북데일리] '여성의 드레스가 슬쩍 스쳐 지날 때 향이 날아간 향수냄새와 더불어 잊혔던 온갖 사건들이 떠오른 일이 몇 번이던가! 오래된 화장품 병 바닥에서도 그는 삶의 파편을 종종 되찾곤 했다.'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대목이다. 사소해 보이는 사물 하나가 무의식속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얼마나 특이하고 신기한가.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사물들>(예담. 2010)은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모티브로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미팅 때 내놓은 소지물 하나부터 창작의 영감을 준 소품 하나까지, 누구나 기억에 남는 사물을 실물 혹은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와 달리 어린 시절 품었던 꿈과 희망을 돌아보게 하거나, 가족의 따뜻한 체온을 불러일으키는 사물도 존재한다.

어떤 것일까. 삶에 큰 영향을 준 사물 혹은 우리를 감동시킨 사물이란. 혹시 당장 생각나지 않는다면, 이런 이야기 한 편이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그는 부모로부터 학대와 상처를 받았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무관심하고 억압적이었으며 자식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고향을 찾아갔다. 문득 그리운 마음에 그는 옛날 자주 가던 빵집에 들렀다. 초콜릿과 바닐라가 뿌려진 '반달'이라는 이름의 얇은 과자는 어릴 때 그가 아주 좋아하던 간식이었다.

아버지가 반달과자를 한 상자나 사와 가족들이 펄쩍 뛰며 기뻐했던 날. 그날은 몇 안 되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 중 하나였다. 신기하게도 그 빵집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먹으려고 반달과자를 한 상자 샀다.

넉넉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아버지는 하루 지나 싸게 파는 과자만 사왔다. 그래서 과자는 늘 부서져 있거나 묵은 냄새가 났다. 흠이 없는 신선한 과자가 어떤 맛인지, 어린 시절 그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혀끝을 감도는 말끔하고 촉촉한 과자의 맛이 낯설고 이상했다. 그래서 그는 퀴퀴한 냄새가 날 때까지 과자를 묵혔다.

며칠이 지나자 과자는 바닐라와 초콜릿이 딱딱하게 굳고 빵에는 물기가 사라진 '딱 알맞은' 상태가 되었고, 그는 드디어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맛을 다시 음미할 수 있었다.

남자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사물을 통해 찾았다. 과자의 맛을 통해 아들은 아버지의 자상한 모습을 기억 속에서 되살려낼 수 있었으며, 당신이 왜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보다 공감하게 되었다. 그는 비로소 자식들에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다.]

저자들은 다양하다. 대부분 과학자, 인문학자, 예술가, 디자이너처럼 지식인이다. 보통 사람이 쓴 에세이와 달리 깊이가 있다. 소개된 사물은 별, 발레화, 기차, 단어장처럼 평범하지만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공통점은 하나, 소중하다는 것.

글을 엮어 책을 낸 셰리 터클(MIT 교수)은 "우리의 삶 속의 일상적인 사물을 보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사소하고 익숙한 그 사물이 바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고, 삶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게 해주는 힘이며, 우리를 새로운 세상과 이어주는 끈이다. 이 책은 일부 감성적인 독자에게, 특정 사물을 보고 불현듯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신기한 체험의 계기를 선사할 게 분명하다.

[떠도는 갖가지 냄새들, 거리와 밭과 집과 가구에서 나는 냄새, 달콤한 냄새와 역한 냄새, 여름 저녁의 뜨거운 냄새, 겨울 저녁의 차가운 냄새는 언제나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곤 했다. 마치 미라를 보존해주는 향료처럼 냄새들은 향기로운 죽은 사물들을 제 안에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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