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푸른눈은 빙하가 만들었다?
금발-푸른눈은 빙하가 만들었다?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05.19 0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끌림의 과학>... 아름다움이 왜 선인가

 

[북데일리]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가. 이는 심리학에서 다룰 주제다. 아름다움은 왜 존재하는가. 이는 미학에서 답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과학이 하고 나섰다. 최근 출간된 <이끌림의 과학>(알마. 2010)이 그것이다.

실제로 아름다움에 대한 연구는 인문 또는 예술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과학이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진화생물학뿐 아니라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비교문화심리학의 이론들이 동원됐다.

일단 아름다움은 선이며 매력이라는 쪽이 우세하다. 책에 따르면 랜디와 시걸, 두 연구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남학생들에게 글 솜씨가 확연히 차이 나는 에세이 두 편에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리고 에세이와 함께 그것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 여학생들의 사진을 제시했다.

첫 번째 관찰에서는 남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잘 쓴' 에세이에 매력적인 여학생의 사진과 그렇지 않은 여학생의 사진을 번갈아 붙여서 제시했다.

두 번째 관찰에서는 '잘 쓰지 않은' 에세이에 매력적인 여학생과 그렇지 않은 여학생의 사진을 번갈아 붙여서 제시했다. 예상대로 '아름다움이 곧 재능'임이 관찰되었다. 두 관찰 모두에서 매력적인 여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런 결과는 시험 점수를 매기는 방식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편견은 평생 이어진다. 매력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취업할 확률과 초봉이 더 많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아름다움이 선이라는 생각에 반박하는 논리나 주장 역시 만만찮다. 일부 미학이론은 아름다움이 상대적임을 오래전부터 역설해왔다.

"아름다움 자체는 사물이 가진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그 사물을 생각하는 마음속에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을 느껴도 다른 사람은 추하다고 생각한다. ... 진정한 아름다움이나 추함을 찾으려는 시도는 진짜 단맛이나 진짜 쓴맛을 규명하려는 것처럼 헛된 탐구다. 같은 음식이라도 감각 기관의 위치에 따라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다. 그러니 맛에 관한 논쟁은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 올바른 교훈이다." - 데이비드 흄.

책엔 다양한 연구 결과가 집약되어 있다. 이를테면 '불황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명제를 설명하고 있는 '환경안전 가설'이 그것이다. 환경적 안전에 관한 우리의 지각이 각 시대에 우리가 가장 매력적이고 호감이 간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사람들은 환경적 불안에 직면하면 이론상 그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매력을 평가한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적 조건이 위협적이거나 불확실할 경우 사람들은 비위협적인 조건에 비유되는 성숙한 특징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숙이 위협적인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가 고픈 남성들은 배가 부른 남성들에 비해 몸무게가 더 무거운 잠재적 상대를 선호한다.

미국 여배우의 얼굴에 대한 선호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사회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엔 성숙한 얼굴(작은 눈, 홀쭉한 뺨. 큰 턱)이 선호되는 반면, 그 반대엔 신생아 같은 얼굴(큰 눈, 둥근 뺨, 작은 턱)을 가진 여배우가 인기였다.

금발은 마지막 빙하시대(1만~1만 1,000년 전)가 끝난 후 성 선택에 따라 진화했다는 설 역시 눈길을 끈다.

'당시 유럽 지역은 혹독한 식량난이 뒤따랐다. 남성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고된 아생 동물 사냥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 인해 여성들 비율이 높아졌다. 여성들은 희소해진 남성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했다. 북유럽 여성은 경쟁자보다 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금발과 푸른 눈으로 진화했다.' 78쪽

요즘 우리 사회엔 성형이 대유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일부 아마존의 비문명 부족이 얼굴에 문신과 장신구를 한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 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는 성형이란 행위는 바로 미개한 부족들의 치장 문화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