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전하는 노년의 삶
헤르만 헤세가 전하는 노년의 삶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11.17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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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괜찮은 나이> 헤르만 헤세, 폴커 미헬스 (엮음)지음 | 유혜자 옮김 | 프시케의숲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데미안> 작가 헤르만 헤세는 85세를 살다간 당시로써는 비교적 장수한 인물이다. 수많은 고전을 남긴 위대한 작가 헤세는 노년의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어쩌면 괜찮은 나이>(프시케의숲.2017)는 질문에 답하듯 헤르만 헤세가 쓴 노년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관한 시와 에세이를 엮은 책이다. 헤세의 성찰과 다독임은 완숙하지만 친밀하다. 산문을 통해 만나는 모습은 마치 이웃 할아버지에게 삶의 지혜를 듣는 기분이다.

“비열한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한 최고의 무기는 용기와 고집, 그리고 인내다. 용기는 강하게 만들고, 고집은 흥미롭게 하며, 인내는 휴식을 준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것을 대개 인생의 늘그막에 알게 된다. 풍파에 시달릴 때와 죽음에 서서히 다가갈 때도 대개의 사람은 그것을 필요로 한다.” (본문 중에서)

헤세의 다독임은 완숙하다. 그가 비열한 인생을 살지 않기 위해 꼽은 최고의 무기 세 가지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 단위다. 이어 나이 듦에 따라 새로울 것이 없다며 무료하게 여기는 이들에게도 노년의 의미에 대해 성찰한다.

노년의 경험이란 이미 오래전에 다 완성되었던 것처럼 보이는 화폭에서 옛 경험이라는 수십 혹은 수백 겹의 실체 위로 새롭고 연한 색깔을 덧칠하는 것과 같다. 비록 원초적 경험의 환희를 안겨주지 않지만, 그것은 새롭고 진정한 경험이다. 잊히고 잃어버렸던 경험과 젊은 날의 자아를 다시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아서다.

그런가 하면 헤세의 의외의 면모와 마주치기도 한다. 일종의 셀프디스 같은 유머코드랄까. 그의 글이 친숙하고 살가운 이유 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서 이사를 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결국에 가서는 이사 차량에 타는 것보다 운구 차량에 타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문 중에서)

곳곳에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많다. 노년의 삶이 망가지고 시든다는 기분이라면 적절한 처방전이 되어 줄 책이다. 삶의 모든 시기가 나름의 가치가 있음을 일깨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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