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책' 들고 여행 떠나볼까
'막걸리 책' 들고 여행 떠나볼까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04.15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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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토속 막걸리집 정보와 흥돋는 이야기


[북데일리] '누룽지막걸리, 검은콩막걸리, 조껍데기막걸리, 더덕막걸리, 호랑이막걸리, 아리랑막걸리.' 이름조차 생소하다. 이것은 일본 신주쿠에 있는 '돼지마을'이란 음식점의 막걸리리스트다.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서 부는 막걸리 열풍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 막걸리 이름을 일본에서 발견하고 '학습'하는 기분은 씁쓸하다.

<막걸리기행>(한국방송출판. 2010)은 한 방송 프로그램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프로그램을 만든 정은숙 작가와 막걸리 예찬가인 일본인 야마시타가 전국을 돌며 막걸리 정보와 이야기를 모은 것.

첫 장부터 전국 막걸리 지도가 눈에 띈다. 우리 고향 막걸리 집은 어디가 유명할까. 독자들은 눈을 반짝일 터이다.

책에 따르면 '막걸리'는 '막(마구) 거른 술' 또는 '바로 막 거른 술'이라는 뜻이다. 술 빛깔이 탁하다하여 '탁배기' 혹은 술 빛깔이 하얗다 하여 '백주', 농사 때 마시는 술이라 하여 '농주'라고 불렀다.

또한 막걸리는 쌀을 누룩으로 발효시킨 후, 술의 양을 늘리거나 도수를 낮게 하기 위해 찬물을 넣어가며 거른 술을 말하며, 청주를 뜬 후 남은 술지게미에 물을 넣어 체에 거른 술을 말하기도 한다.

막걸리엔 여러 가지 이름이 있다. 논산 '양촌 막걸리'. 여수 '호박 막걸리'. 영랑 얼음막걸리. 부산의 생탁. 재료에 따라 담그는 법에 따라, 무작정 지은 법도에 따라, 그외 알 수 없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막걸리가 '막 만든' 술 같지만, 실제로 좋은 술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평생 막걸리를 만든 한 촌로의 말.

"막걸리를 빚는 기술이나 이론은 말이여. 일 년 정도면 습득할 수 있재. 그렇지만 매뉴얼대로 빚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막걸리제. 숨 쉬는 효모가 어떤 상태인지 감각적으로 알 수 있을 때까지는 많은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당께."

막걸리 하면 전주를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유명한 곳은 삼천동 골목촌. 한 주전자에 1만2천원~1만 5천 원 한다. 이걸 시키면 공짜안주가 끝없이 나온다. 그런데 진짜 토속 막걸리 집은 어릴 적 먹던 제철 음식으로 상을 차린, 허술한 대폿집에 있다.

책에서 소개한 삼천동의 한 막걸리 집에선 조기찌개가 군침을 돌게 한다. 서울에선 음식점에서 조기매운탕을 찾기 어렵다. 반면에 전주에선 흔히 볼 수 있는데, 특히 국산 고사리를 넣어서 끓인 조기매운탕이 일품이다.

책은 지역마다 다른 온갖 종류의 막걸리를 소개하는 맛 여행이다. 이를테면 김제 '정화집'에 가면 갈치젓갈이 나온다. 문제는 통째로 똬리를 틀고 나온다는 점. 삭아서 초췌해진 모양은 일면 징그럽게 보이지만 곰삭은 감칠맛이 난다.

여수에 가면 막걸리 안주로 서대회가 일품이다. 쑥갓, 상추, 오이와 같은 채소를 넣어 새콤 달콤 매콤하게 버무려낸 별미다. 부산 동래의 산성마을 지명을 딴 '산성막걸리'는 염소불고기와 먹으면 '일기일회'의 맛이다. 대구엔 지역명물인 도루묵구이가 미각을 자극한다. 통째로 들고 소금을 찍어 먹어야 제 맛.

수많은 이름 중에 가장 운치있는 막걸리 이름은 '이화주'다. 배꽃이 필 무렵 만든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다. 아마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다음 대목에서 입맛을 다셨으리라. 봄날 자전거를 타고 막걸리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하얀 배 꽃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봄날. 이곳에 와서 배꽃 향기와 막걸리 향기에 취하고 싶다. 211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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