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 얼굴이 삭제된 여자
[북포토] 얼굴이 삭제된 여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11.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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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이방인>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얼굴이 삭제된 여자. 아니 깔끔하게 넘긴 머리와 목걸이만으로 성별을 단정하기는 섣부르다. 구겨진 종이를 가면처럼 쓴 사람의 정체는 알 수 없다. 이목구비를 상실한 대상은 어쩌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제목 <친밀한 이방인>(문학동네.2017)을 보면서 약간의 힌트를 얻어 본다. 친밀함과 이방인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방인의 사전적 정의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며 의미를 확장해 해석하면 ‘낯선 사람’ 정도다. 낯설다는 것과 친밀하다는 상반되는 개념이니 일상에 숨어든 이방인 같은 존재를 뜻하는지도 모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다.

책은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정한아의 신작으로 주인공인 소설가 ‘나’가 신문에서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하며 시작한다. 놀라운 일은 신문에 실린 소설이 ‘나’가 데뷔전 아무도 모르게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이라는 점이다.

알고 보니 누군가 ‘나’ 행세를 했던 것. 이에 자신의 행세를 한 인물을 추적하며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를 사칭한 인물은 서른여섯 여자로 각기 다른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까지 다양한 신분으로 살았다는 사실이다. 학력과 직업을 속이고, 자신의 성별까지 속인 끝에 사라져버린 한 인물은 누구며 왜 그랬을까. 소설의 후반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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