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오래된 연장통?
인간의 마음은 오래된 연장통?
  • 김현태기자
  • 승인 2010.03.02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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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하다 무릎치는 '진화심리학'

 

[북데일리] '오래된 연장통.' 책 제목이 무슨 뜻일까. 겉으로 보기에는 연장을 담는 오래된 '그릇'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사라져가는 옛 것'을 다룬 책일 듯싶다. 마치 오래된 필통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래된 연장통>(사이언스북스. 2010)은 진화심리학을 다룬 책이다.

일단 개념부터 파악해보자.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산물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연장통은 우리의 '마음'이다.

'인간의 마음 역시 우리 조상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부딪혔던 여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설계된 다양한 심리 기제들의 묶음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인류의 조상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수많은 위험과 문제에 부딪히며 싸워왔다. 저자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병따개, 칼, 망치, 드라이버, 톱과 같은 전문적인 ‘도구’가 모두 구비된 연장통이 필요하듯 인간의 마음 또한 각각의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특수화된 수많은 심리적 ‘공구’들이 빼곡히 담긴 연장통과도 같다."

이런 '가설'로부터 다음과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중 일부는 카페에 갈 경우, 구석 테이블을 선호한다. 창문이 있어 밖을 내려다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의 행태로부터 기인한다. 즉 맹수와 같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조망과 기피'의 추억 때문이다.

가끔 너무 맵다고 투정을 하면서도 그 매운 '무교동 낙지볶음'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마음이 드는 까닭은 아래와 같은 근거로 설명된다.

'우리가 느끼는 매운 맛은 실제론 맛이 아니라 ‘피토케미컬’이란 물질이 만드는 통증이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뇌에 자연 진통제인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됨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책에 따르면 어떤 먹 거리를 구하고, 어떤 배우자를 고르며, 어떻게 적과 싸울 것이냐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오래된 연장통인 우리 마음속에 있다.

이 책을 쓴 전중환 박사는 한국인 최초로 진화심리학을 정식으로 전공한 학자이다. 이 분야에 문외한인 이들에게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입문서와 전문서 사이에 있다. 어렵고 딱딱한 개념을 쉽게 풀어냈다는 뜻이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저자의 글은 주제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10대 청소년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모두 공감할 소재들을 그득히 담고 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리고 감칠맛 나게 설명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저자는 "유머, 소비, 도덕, 음악, 종교, 예술, 문화, 문학처럼 진화 이론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분야들을 진화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다채로운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현대 도시인의 일상사를 진화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속에 깃든 인간 본성의 실체와 인류의 오랜 진화 역사를 밝히는' 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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