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은 원래 신성한 일이었다
‘배달’은 원래 신성한 일이었다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9.21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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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세계사> 김동섭 지음 | 시공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3월 나주 우체국 집배원 자살’, ‘7월 안양 우체국 집배원 분신자살’, ‘9월 5일 서광주 우체국 집배원 자살’까지. 잇단 집배원 자살 소식에 살인적 노동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람을 기계 취급하는 시스템은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흉기가 되버렸다.

이런 일은 집배원뿐만 아니라 ‘배달’을 주 업무로 하는 택배 기사들에게서도 일어난다. 근무환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배달’은 아주 신성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단어의 어원으로 세계사에 흥미를 돋우는 <하루 3분 세계사>(시공사.2017)에 따르면 배달을 의미하는 영어delivery는 프랑스어에서 차용한 말로, 뿌리는 ‘해방시키다’는 의미의 동사 délivrer다. 죄인을 풀어준다고 할 때도 쓰는 단어다. 상품 배달의 경우 주문자에게 물품을 풀어주는 행위는 일종의 해방인 셈이다.

또 délivrer와 같은 어원의 프랑스 동사 liver는 영어 동사 liberate와 형제다. 공통적인 해석 역시 해방시키는 행위로 속박의 상태에서 풀어준다는 뜻이다. 프랑스어 délivrer는 영어에 deliver를 남겼는데 여기에 여러 의미가 추가되었다.

먼저 ‘출산하다’라는 뜻이다. 어머니의 뱃속에 열 달 동안 안전하게 있던 아이가 바깥으로 나온다는 의미다. ‘자기 생각을 남에게 말한다’는 뜻도 있다. 머리에 가둔 생각을 밖으로 표출한다는 의미다.

그런가 하면 영어 동사 liberate는 라틴어 동사 liberate에서 나와 프랑스어를 거쳐 영어로 들어간 말이다. 가톨릭에서 사람이 죽으면 장례미사를 치르는데 이때 망자의 영혼이 천국에 가길 바라는 기도문Libera me도 라틴어 동사 liberate를 사용한다.

배달 delivery의 어원에 이처럼 신성한 의미들이 깃들어 있다는 점을 새긴다면 그들을 기계 취급하는 일은 더욱 없어야 할 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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