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밝혀낸 '악마의 천사' 간호사 범죄
수학이 밝혀낸 '악마의 천사' 간호사 범죄
  • 김현태 기자
  • 승인 2017.09.01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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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 미국 범죄 드라마를 보면 과학의 정교함에 놀라워할 때가 많다. 그런데 엄밀하게 보면 그 중의 적지 않은 부분이 수학이다. 수학은 어떻게 범죄에 기여할까. 이와 관련 미국에서는 FBI인 형을 도와 범죄사건을 해결하는 천재 수학자의 활약상을 그린 인기 미드 〈넘버스NUMB3RS〉가 주목을 받았다.

새 책 <넘버스>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수학적 기법의 원리와 방법을 담은 책이다. 예를 들어 통화·구매 내역 같은 자료더미에서 유용한 정보를 걸러내는 ‘데이터 마이닝’이나 생물학적 공격이나 전염병의 발생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내는 ‘변화시점 탐지’가 대표적이다.

이 중 ‘죽음의 천사’라는 한 야간병동의 간호사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낸다. 별명은 그녀가 심장정지 환자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때 응급조치하여 여러 생명을 구한데서 붙여졌다. 그러나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녀가 근무할 때 심장정지 사망자가 유독 많다는 내용이었다. 동료 간호사들의 의혹제기에 병원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1998년 실제로 있었던 ‘미국 정부 대 크리스틴 길버트 사건’의 개요다. 길버트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재판의 쟁점은 간단했다.

그녀가 근무 중일 때 환자가 유의미하게 더 많이 사망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계학자가 나섰다. MIT의 통계학 교수 스티븐 겔바흐는 ‘가설검정’이라는 기초 통계분석을 이용했다.

먼저 그는 길버트가 근무한 18개월 동안 간호사들의 교대근무 횟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했다. 총 1641회의 교대근무 중 사망자는 74명이었다. 만일 사망이 무작위로 일어났다면, 임의의 근무시간 중 사망자가 발생할 확률은 1641분의 74, 즉 0.045 정도다.

그중 길버트가 교대근무한 횟수는 257회였다. 만일 길버트가 환자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그녀의 근무시간 중 사망자 수는 즉 11~12명 정도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는 40명이나 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일까?

겔바흐의 계산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74명 중 40명이 길버트의 근무시간에 사망할 확률은 1억분의 1보다 작았다. 동전을 10번 던져 모두 다 앞면이 나올 확률이 1000분의 1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사망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에 힘입어 사전재판의 대배심원단은 길버트를 기소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로스모의(그리고 찰리의) 공식도 재미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연쇄범죄자는 범행장소를 고를 때 특정한 경향을 보인다. 항상 자신의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주로 범행을 저지르지만, 너무 가까우면 불안하기에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일종의 안전지대, 완충지대를 둔다.

캐나다 경찰 출신의 수학자 킴 로스모가 1991년 열차를 타고 가다 떠올린 아이디어로 만든 공식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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