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감각 속으로의 여행..."<총, 균, 쇠>에 필적할 수작"
뇌와 감각 속으로의 여행..."<총, 균, 쇠>에 필적할 수작"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7.08.25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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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정지은기자]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 그러다 갑자기 추억이 떠올랐다. 그 맛은 내가 콩브레에서 일요일 아침마다 레오니 아주머니 방으로 아침 인사를 하러 갈 때면, 아주머니가 곧잘 홍차나 보리수차에 적셔서 주던 마들렌 과자 조각의 맛이었다.”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유명한 구절이다. 일명 ‘프루스트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은 후각이 한 개인의 문화적 배경과 경험, 인생을 관통해온 기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이 후각을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는 것일까.

신간 <감각이 미래>(흐름출판. 2017)은 인간이 느끼는 감각에 대한 원리를 깨우치고 뇌와 인식에 관련한 최신의 인지과학의 동향을 담은 책이다.

예를 들어 후각은 각각의 개인이 성장한 문화적 배경에 큰 영향을 받으며, 이는 오래도록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향기요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향과 기억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이 책의 저자 카라 플라토니는 불과 1.4킬로그램의 뇌는 어떠한 원리로 외부의 감각을 받아들이고 다시 우리에게 전달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다시 말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동안 인간의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뇌의 인식능력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감지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그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신경과학자, 공학자, 심리학자, 유전학자, 외과의사, 트랜스휴머니스트, 미래학자, 윤리학자, 요리사, 조향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신체의 오감(미각, 촉각, 후각, 시각, 청각)과 뇌의 인식의 관계를 탐구하는 인지과학의 현장과 시간에 대한 인식, 정서적 고통, 감정과 같은 초감각에 대한 탐구, 그리고 가상현실, 증강현실처럼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최신의 과학기술을 담았다.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 필적할 수작”이라고 했다. 또한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재승 교수는 “과학의 즐거움과 기술의 경이로움 사이에서 인지과학의 현주소를 발견할 수 있는 굉장한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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