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빌려주는 도서관 있다?
사람 빌려주는 도서관 있다?
  • 서유경
  • 승인 2009.12.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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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답니다, 영국에...타인에 대한 이해 폭 넓어져

[북데일리]<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달, 2009)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근사한 제목에도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미소로 가득한 표지 때문이다.

분명, 책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 예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책은 정말 놀라웠다. 책이 아닌 사람을 빌려 읽는 도서관이 있다니. 설마? 그러나 있었다. 영국의 한 도서관에선 '리빙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빌려서 30분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원하는 사람을 모두 만날 수 있을까. '리빙 라이브러리'는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갖는 특정한 편견을 깨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사람 사는 세상 어디나  같다‘라는 말을 증명하듯 평범하면서 특별한 그들의 삶은 우리의 그것과 같았다. 다만, 무색의 마음으로 마주해야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대여할 수 있는 책은 싱글 맘, 레즈비언, 우울증 환자, 트렌제스터, 혼혈, 채식주의자 등 겉보기에 조금 특별한 사람들이다. 겉모습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사실까지, 마음대로 단정 짓는 경우가 많았다. 알고 보면 누구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던가. 내가 그렇듯, 그들도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책엔 사랑만으로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싱글맘 ‘크리스틴’과 부모조차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레즈비언 ‘키아라’가 등장한다. 그들이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을 세상의 시선들이란...

특히 인상적이었던 ‘책’은 신체 기증인 ‘로버트’였다. 그는 죽은 후 자신의 시체가 예술작품으로 ‘인체 세계 전’에 전시되도록 했다. 세상에 각양각색의 사람이 있다지만, 로버트를 비롯한 신체 기증인들에 대한 놀람은 책을 덮고도 계속되었다.

'리빙 라이브러리'란 아이템을 시작한 ‘로니’를 시작으로 소개된 사람 책. 그들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종종 아무렇지 않게 너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정말 온전하게 나 아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는 건 그의 삶의 일부가 되어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어떤 행위나 행동,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가 싶다. 꾸미지 않고, 감추지 않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말하는 그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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