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박경리가 영향받은 책은?
대문호 박경리가 영향받은 책은?
  • 북데일리
  • 승인 2005.07.0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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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의 작가 정신을 존경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사악한데가 있어요. 나쁜 뜻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정직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불행한 생애죠. 아픔, 고난의 생애랄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훌륭한 작품이죠. 토마스 울프. 윌리엄 포크너도 좋아해요."

한국 문학사에 `전설`이 되고 있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 씨의 말이다. 얼마 전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위원과 인터뷰한 박경리 씨는 `문학의 길에서 어떤 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박경리 씨의 발언 내용은 황호택 위원이 쓴 인터뷰 모음집, `인물탐구` 시리즈의 네 번째 `생명의 강 생명의 불꽃`(나남출판, 2005)에 나와 있다. 책을 통해 박경리 씨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도 감명 깊게 읽었어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도 읽었지만 별로 안 좋아해요. 너무 인간의 의식 속에서 감정적 유희를 한다고 할까요. 특별히 한 사람한테 영향을 받은 건 없어요."

최근에 나온 `생명의 강 생명의 불꽃`엔 박경리 씨뿐 아니라 문화재청장 유홍준과 국회의장 김원기, 여성최초 대법관 김영란, 여성부 장관 지은희, 발레리나 강수진, 그리고 개그맨 김제동이 등장한다.

이 중 "행복했다면 문학을 껴안지 않았다"는 제목이 달린 박경리 씨와 `모범생 강박증의 눈물`이란 부제가 달려 있는 김영란 대법관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진진하다.

`생명의 강 생명의 불꽃` 속에는 또 다른 책 이야기가 나온다.

예컨대, 한국일보와 한겨레 기자를 지낸 작가 김훈이 쓴 `수정의 메아리`(솔 출판사,1994년)가 그것이다. 김 훈씨는 이 책 속에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라는 글을 썼는데, 이 글에 대해 황호택 위원은 `김훈의 글 솜씨를 유감없이 드러낸 명문"이라고 평했다. `수정의 메아리`는 박완서씨 등 17인의 문인들이 박경리씨와 그의 소설을 지켜본 소감을 적은 수필집이다.

또한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사람 읽기`라는 책도 소개되고 있다.

‘사람 읽기’는 황 위원이 김영란 대법관과 배심원 제도에 대해 담소를 나누던 중에 나왔다. 책 속에서 김 대법관은 "배심원 선정을 전문으로 하는 여성 컨설턴트가 쓴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고 전했다.

`사람읽기`의 저자인 조-엘란 디미트리우스는 유명한 미식 축구선수 OJ 심슨의 배심원 선정에 참여해 피고인의 무죄평결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인물.

이와 관련, 황 위원은 "사람의 특징, 옷차림,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이 갖고 잇는 생각을 파악하는 기법에 관한 책"이라며 "인터뷰기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숙독했다."고 책을 통해 밝혔다. `심리`에 관심 있는 이들은 한 번 읽어 볼만 책으로 보인다.

이 밖에 `생명의 강 생명의 불꽃`엔 박경리 씨가 쓴 `시장과 전장`(나남출판, 1999년)이 함께 소개되었다. 박경리 씨 가족사의 아픔이 진하게 묻어 있는 책이다.

여기에 덧붙여 `생명의 강 생명의 불꽃`엔 `토지`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온다. 우연의 일치인지 김영란 대법관은 `감명 깊은 책`으로 `토지`를 꼽았다. 김 대법관의 말.

"박경리 씨의 `토지`가 좋아요. 두세 번 읽었어요.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요. 문장이 고풍스럽고 우아해요."

토지`는 1969년에서 1994년 8월 15일 새벽까지, 무려 25년간 집필한 책이다. 얼마 전 SBS 드라마로 방영되어 화제를 모았던 `토지`에 대해 황호택 위원은 `광복 이후 한국문학이 거둔 최대의 수확`이란 의미를 부여했다. 한마디로 `국민문학`의 반열에 오를만한 책이다.

흥미로운 사례 하나. 박경리 씨가 겪은 체험담이다.

"통영에서 어시장에 들렀는데 장사하는 분들이 전부 악수를 청해요. 너무 신기해 작가인 나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책을 읽었다`는 거예요. 상인들이 `토지`를 많이 읽어요. 일산 백화점이나 휴게소 같은 데 가서도 인사를 많이 받아요. 어떤 상인은 나를 불러 세워놓고 `토지`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시계를 싸주더라고요. 음식점 구석에 들어가 밥을 먹고 있어도 뭐 한 가지라도 더 나와요." `토지`의 유명세와 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북데일리 제성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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