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빌딩` 주인의 유별난 기행
`고양이 빌딩` 주인의 유별난 기행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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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5월 3일 KBS 1TV 교양프로 `TV, 책을 말하다`가 첫 방송된 지 다섯해가 되면서 MC들도 여러차례 얼굴을 바뀌었지만 그의 작품이 단골로 초대되는 작가들이 있다.

초대 MC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명진 교수에 이어 아나운서 김경란이 진행하던 이 프로는 `3인의 전문MC 시스템`을 도입, 과학-문학-철학 분야의 이들 전문가 3명을 한꺼번에 스튜디오에 모아놓고 매주 `책을 말해`왔다. 이어 철학자 탁석산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가 이달부터 소설가 장정일, 개그우먼 김미화 투톱시스템으로 개편했다.

공영방송이지만 역시 시청률 때문에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제작진의 고충이 여실히 드러나는 프로그램으로 MC 선정은 물론 작품과 저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명맥을 이어 온 게 사실. 새진행자인 장정일-김미화 라인업은 대체로 괜찮았다는 평가였고 이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책과 작가들을 선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2003년 4월, 박명진 교수가 MC를 맡았을 당시 `과학의 날` 기획으로 토론에 선정된 책 `21세기 지(知)의 도전`, 그리고 올 2월 철학자 탁석산씨가 MC로서 저자를 인터뷰한 책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는 `TV, 책을 말하다`의 단골손님이자 일본의 대표지성 중 한 사람인 다치바나 다카시(65. 立花隆)의 저서다.

그가 `세계인식은 여행에서 시작된다`라는 화두를 가지고 쓴 책 <사색기행>(청어람미디어. 2005)을 지난 4월 국내 출간했다. 세계적인 지성답게 여행지 마다 테마를 가지고 돌아보면서 삶과 실존의 문제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무인도에서 6일을 보내며 사색에 잠겼다가 몽골에서는 개기일식을 체험하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폭음폭식`으로 그 진수를 `맛`본다. 기독교 예술을 음미하며 유럽에서 반핵무전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또 국제분쟁의 희생지 팔레스타인에 대한 심층적인 `보고서`를 공개하며 분쟁의 주역 미국의 심장부 뉴욕을 해부한다.

2001년 다치바나와 송년대담 인터뷰를 한 시인 겸 학술비평가 노만수씨는 그를 지(知)의 거인, 편집광적 르네상스인, 탐서(貪書)증 환자, 논픽션 베스트셀러 제조기 등으로 부르며 그의 60여년 지적(知的) 편력에 한껏 매료되기도 했다.

인문학 비평가이자 엄청난 독서량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유명인사가 된 다치바나는 `책을 생선으로 아는 고양이`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집을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의 `고양이 빌딩`으로 만들어 수만권에 달하는 장서로 요새를 쌓았다. 그의 홈페이지(www.ttbooks.com)에는 친구 세노 갓파(妹尾河童)의 `고양이빌딩` 일러스트와 장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다음은 노만수씨의 질문 "엄청난 독서와 집필을 하려면 체력이 필수적일 텐데, 건강과 시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에 대한 다치바나의 행복한 고백.

"약을 다섯가지 먹고 한달에 한번씩 진찰받는다. 고양이 빌딩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많은 돈을 빌렸다. 80세까지 한달에 50만엔씩 갚아야 한다. 그전에 죽을지 몰라 생명보험에도 들었다. 80세 전에 죽으면 은행이 보험금을 대신 탄다(웃음). 그때까지 죽지 않으면 벌어서 계속 빚 갚는 인생이고. 어쨌든 책을 이렇게 한곳에 모아놓고 읽으며 산다는 게 행복하다"

[북데일리 원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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