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미라를 만들줄 안다고?
꿀벌이 미라를 만들줄 안다고?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6.2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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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기이한 꿀벌 세계로의 여행

 

[북데일리]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차이를 말할 때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요인은 언어 능력이다. 인간만이 언어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언어 능력은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훨씬 더 정교하다. 일반적으로 볼 때 고등동물일수록 뇌의 용적이 크기에 언어능력도 좋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곤충에 불과한 꿀벌이 언어능력이 있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물론 꿀벌이 인간처럼 입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의사를 동료들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놀랍다.

카를 폰 프리쉬는 꿀벌의 의사소통에 대해 연구한 동물행동학자다. 그는 정찰벌이 새로운 꽃밭을 찾았을 경우, 이를 동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춤 언어’ 를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수집벌이 꽃이 피어있는 나무를 발견하면, 우선 약간의 꽃꿀을 수확하여 벌집으로 돌아간다. 꽃꿀을 벌집에 있는 일벌에게 넘겨준 후, 수집벌은 다시 먹이를 채취하기 위해 나무와 벌집을 오가는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렇게 열 번 정도 왕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빠른 비행노선을 찾아내면 벌은 벌집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벌집에서 약 50~70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꽃밭을 발견했을 때에는 수집벌이 원무(round dance)를 춘다.
원무는 꽃밭에 관한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꽃밭이 있다는 사실만을 나타낼 뿐이다. 그러나 꽃이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보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꿀벌은 이를 위해 8자 형태로 몸통을 흔드는 꼬리춤(waggle dance)을 춘다. 꼬리춤은 밀원과 직접적인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동료 벌들이 이 춤을 보면 밀원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꿀벌들의 춤을 활용하는 의사소통 체계는 신기하다. 카를 폰 프리슈가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정말 많은 관측을 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는 벌의 습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프리슈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꿀벌은 곤충이다. 그러나 19세기 요하네스 메링은 꿀벌을 척추동물이라고 말했다. 메링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꿀벌 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그것들은 척추동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여성의 생식기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이다.”(3쪽) 다시 말해 꿀벌 개체는 단순한 곤충에 불과하지만, 꿀벌의 집단은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처럼 기능한다는 의미다. 즉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말이다. 미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모튼 윌러는 이러한 형태의 생물체를 “초개체(superorganism)”이라고 명명하였다.

정교한 의사소통 체계와 벌집의 기하학적 완성도, 번식 시스템을 보면 벌에게 초개체라는 명칭은 아주 잘 어울린다.

꿀벌은 매우 밀착해서 삶을 살기에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벌들은 질병을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먼저 벌집은 매우 위생적으로 지어졌다. 얇은 ‘프로폴리스 벽지’는 항박테리아 및 항균작용을 한다. 만약 쥐와 같은 동물이 벌통에 들어왔다가 벌들의 침 공격으로 죽었을 경우, 벌들은 시체를 벌통 밖으로 끌어낼 힘이 없다. 이때 벌들은 동물의 시체에 프로폴리스를 입힌다. 즉 미라를 만들어 꿀벌 군락이 감염되지 않도록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벌들의 이런 행동에 착안했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즉 미라를 최초로 만든 것은 바로 꿀벌이었다.

꿀벌의 생태계에서의 위치를 한 번 살펴보자. 본문에 소개된 바에 의하면 “세계의 모든 현화식물의 80퍼센트가 곤충에 의해서 수분이 이루어지는데, 이들 중 약 85퍼센트가 꿀벌의 도움을 받는다. 과일나무의 경우에는 약 90퍼센트의 꽃이 꿀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꿀벌이 수분을 돕는 현화식물은 약 17만 종에 이른다...지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의 바다가 단 아홉 종의 꿀벌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꿀벌과 식물의 극단적인 수적 불균형은 매우 놀랍다. 이는 곧 꿀벌의 생태가 경쟁자들이 따라 올 수 없을 만큼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동물계의 글로벌화이며 독과점인 것이다.”(66쪽) 꿀벌은 생태계에서 엄청난 일을 하고 있음을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번역 감수자인 최재천 교수는 서문에서 “세계 식량생산의 3분의 1이 곤충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생산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꿀벌이 없어지면 식량의 3분의 1이 없어짐을 뜻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인간은 그로부터 4년 정도밖에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꿀벌이 없으면 수분도 없고, 식물도 없고, 동물도 없고, 인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정도로 꿀벌은 우리 지구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저자인 위르겐 타우츠는 독일에서 바이오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소 산하 꿀벌 연구팀을 지휘하고 있는 학자다. 꿀벌을 연구하면서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이 가진 의미도 꿀벌의 생태를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함이다. 이 책에는 많은 사진을 수록하고 있는데, 사진을 담당한 헬가 하일만은 위르겐 타우츠가 근무하고 있는 꿀벌 연구소의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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