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 중 일은 젓가락 길이가 왜 다를까
[신간] 한 중 일은 젓가락 길이가 왜 다를까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6.08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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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Q. 애드워드 왕 지음 | 김병순 옮김 | 따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동아시아의 음식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익숙한 식도구는 ‘젓가락’이다. <젓가락>(따비.2017)은 젓가락을 둘러싼 역사와 문화를 방대한 분량의 내용으로 직조한 책이다.

저자는 젓가락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살핀다. ‘젓가락 문화권’에 속한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에 언제 젓가락문화가 확립되었는지, 각 지역에 따라 젓가락 사용이 어떻게 달리 발달했는지 추적한다.

그중 한·중·일 젓가락 사용과 변천사는 재미있다. 한국은 쇠젓가락을 주로 쓰는데 금이나 철 구리 등과 같은 광물 매장량이 풍부해서라 설명한다. 또 한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젓가락은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청동제 젓가락이다.

중국의 경우 여럿이 함께 식사하는 공동 식사 방식이 갖춰지면서 젓가락 길이가 25cm 이상으로 길어졌다. 식탁 한가운데 놓인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상에 젓가락을 놓을 때도 가운데 음식을 향해 세로로 놓게 되었다.

이와 다르게 일본은 개별 식사 방식을 고수한 탓에 젓가락 길이도 짧고 놓는 방향도 가로다. 게다가 일본은 일회용 젓가락을 처음 사용한 나라다. 여기에는 일종의 미신이 있는데 사람이 한 번 사용한 젓가락, 다시 말해 한 번 입에 들어갔다 나온 식도구에 영혼이 붙는다는 믿음에서다.

젓가락에 깃든 은유와 상징도 살폈다. 젓가락은 청혼이나 새로운 관계의 선언에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청혼에 젓가락을 이용한 사례는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발견되는데 예비 신부 집에서 보내는 물품에 젓가락 한 쌍도 포함된다. 생활필수품인 젓가락은 삶 자체를 상징하는 은유이자 일종의 환유라는 해석이다.

결혼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맥락에서 중국 북서부의 일부 지역에서는 신부가 결혼해 살 집으로 가려고 부모의 집을 떠날 때 젓가락을 바닥에 던지는 의식을 한다. 부모와 함께한 삶에 작별을 고하는 의미로 젓가락 한 쌍을 바닥에 던지고, 새집에 도착해 다른 한 쌍의 젓가락을 집어 든다.

그런가 하면 서양인들에게 비치는 젓가락의 문화적인 코드도 인상적이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젓가락 문화에서 비폭력을 읽었다.

“젓가락은 음식을 베거나 찌르거나 난도질하거나 잘라내는 것을 거부하는 식사도구다. 젓가락으로 먹는 음식은 이제 더 이상 폭력을 가해서 얻은 먹이가 아니라, 조화롭게 이동된 물질이다. 젓가락은 지치지 않고 어머니가 밥을 한입 떠먹이는 것 같은 몸짓을 하는 반면, 창과 칼로 무장한 서양의 식사 방식에는 포식자의 몸짓이 여전히 남아 있다.” (본문 중에서)

옮긴 이에 따르면 책의 참고문헌 가운데 한국인 학자가 쓴 논문이나 책이 없다. 그만큼 저자가 언급한 한국 젓가락 역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조심스럽지만, 젓가락이라는 하나의 소재에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놀라운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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