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하리하라씨의 '유전학 이야기'
친절한 하리하라씨의 '유전학 이야기'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5.21 15: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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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 DNA... 신비로운 세계, 쉽고 재미있게 설명

  

[북데일리] 유전자,  DNA, 게놈이라는 단어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다. 즉 21세기는 생물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줄기세포를 만들어 불치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또 태어나기 전에 아이의 유전병을 검사해 이를 사전에 치료하는 방법이 현실화되어 있다. 앞으로 우리는 장수 유전자를 찾아내 오래살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맞춤 아기를 태어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우리는 어떻게 유전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까.

필명이 ‘하리하라’인 이은희가 쓴  <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살림.2009년)에 해답이 들어 있다. 저자는 먼저 유전과 관련한 용어의 개념에 대해서 아주 친절하게 잘 설명해준다. 친절하게는 쉽게란 뜻이다. 예를 들어 유전자(gene)에 대해 “특정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디옥시뉴클레오티드의 묶음을 유전자라고 한다.” 라고 설명을 한다.

이어 '유전학의 아버지' 그레고르 멘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멘델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는 완두콩을 실험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멘델이 관찰했던 완두콩은 일곱 개의 형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 형질은 우연히도 모두 다른 염색체 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변수를 통제하는 부분에 있어서 훨씬 쉬웠다. 멘델이 유전학의 아버지가 된 데에는 ‘우연’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열심히 일해야 우연도 작용하는 법. 그러나 멘델은 죽고 나서야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유전의 법칙을 발견하다’, ‘DNA를 찾아서’, ‘염색체, 차별과 차이의 역사’, ‘유전자가 약속한 미래’ 등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각 장이 끝나는 부분에는 각 장의 내용을 사례로서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에피소드는 미국 드라마 CSI의 한 장면과 이와 비슷한 실제의 사례를 말해줌으로 해당 장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역시 친절한 하리하라씨다.

두 번째 장에서는 DNA에 대한 부분이다. 레이우벤훅의 현미경 발명으로 인해 인간은 미소(微小) 세상을 보게 되었으며, 생명의 기본단위가 세포(cell) 임을 알게 된다. 이어 세포 속에는 세포핵이 있으며. 세포핵이 유전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추정하게 된다. 그러나 핵 속에 어떤 물질이 있어 유전을 가능하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1944년이 되어서야 DNA가 유전물질임이 밝혀진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었다. 요컨대 단순해 보이는 DNA가 어떻게 유전형질을 전달하는지에 대해 알 수 없었다. 또 DNA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풀어낼 수가 없었다.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라는 이름의 젊은 두 과학자는 DNA 구조가 이중나선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두 사람의 논문은 불과 900단어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짧았지만, ‘오컴의 면도날’ 처럼 세상의 진실은 간편하게 표현되는 법이 아니던가.
두 사람은 물론 노벨상을 타게 된다. 그러나 DNA 구조발견에는 로절린 프랭클린이라는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가 항상 나온다. 그녀가 찍은 ‘DNA X선 회절 사진’ 덕분에 두 사람이 DNA 구조를 쉽게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이 또한 과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연이 아니던가. 두 사람은 1962년 노벨상을 받는다. 그런데 로절린 프랭클린은 당연히 공동 수상자의 영예를 누렸어야 하건만 상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불과 38세인 1958년 사망했다. 노벨상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만 수여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단명이 아쉽게 느껴진다.

DNA 구조발견은 분자생물학과 분자유전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제 인간은 유전자로 인한 선천적인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었다. 또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해충 저항성 작물을 만드는 등 생명공학기술은 인류를 식량 부족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생체줄기세포 개발은 불치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기에 전 세계의 많은 연구소에서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왜냐하면 이는 상업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는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아마 인간은 언젠가 줄기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환자들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기술은 맞춤 아기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머리 색, 지능지수, 생김새, 키 등 많은 조건들을 마음대로 조작한 아이가 생겨날 수도 있다.여기에 고민이 있다.

과연 인간은 우리 스스로 인체에 대한 조건을 마음대로 변경해도 되는가.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해도 괜찮은가.  인간의 모든 조건은 오랜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이고, 이 상황이 균형을 이룬 상태이다. 그렇지만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이런 질서를 교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연의 질서를 교란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됨은 그동안의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있었던 교훈이 아니던가.

이 책은 유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문과 걱정을 상당히 쉽게 설명을 해준다. 요컨대 저자는 독자들에게 아주 친절히 유전과 생명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려준다. 과학교양서로서 적절한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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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시민기자 2009-12-27 23:29:32
과학도서 시리즈로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