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첫 만남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첫 만남 `대담`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5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異種)지식인 사이의 `대담`을 소재로 한 책들을 펴내 한국 지식사회 소통의 길을 닦아온 출판사 휴머니스트가 이번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처음으로 주선했다.

이달 초 출간된 국내 대표적인 인문비평가 도정일 경희대 교수(영어학부)와 동물행동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최재천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의 대담집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휴머니스트. 2005)는 이른바 `한국 지식사회의 횡적 소통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지난 2001년 11월 `지식소통 프로젝트`의 첫 대담집, 동양철학자 이승환(고려대 철학과 교수)과 서양철학자 김용석(영산대 교양학부 교수)의 <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2003년 임지현(한양대 사학과 교수)과 사카이 나오키(코넬대 아시아연구과 교수)가 민족주의 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오만과 편견>에 이은 세번째 작품이다.

기획에 이은 대담 5년만에 빛을 본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는 말 그대로 한국지성계에서 평행선을 달려왔던 두 학제 간에 다리를 처음 놓았다는 점에서 평가 받을 만하다. `생명공학 시대의 인간의 운명`을 테마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벌인 10여차례 대담과 4차례 인터뷰를 책으로 엮어냈다.

만남의 모티브는 20세기 후반과 21세기에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자연과학의 결과물이었다. 과학과 생명공학의 성과가 만들어놓은 장(場)에서 인문학의 사유와 과학의 사유가 만나는 일, 인문학자의 삶과 자연과학자의 삶, 연구실 밖에서 사회문화적 실천이 부딪히는 과정을 조목조목 짚어낸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생명복제의 시대`에 생명과 생명과학에 대한 윤리-도덕적 판단기준과 인문-사회과학적 시각, 자본주의 경제논리가 어떻게 상충하고 있고 추구해야 지향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두 석학이 나눈 대담은 흥미롭다.

전제는 `인간`에 대한 이해. 인문학적 세계와 자연과학적 세계의 인간에 대한 견해과 접근하는 방법론은 생명을 복제하는 시대를 알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도정일(사진 오른쪽) : 지금 생명공학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매혹하고 있어요. 죽지 않는 인간, 병에 걸리지 않는 인간, 원하는 대로 자기를 개량할 수 있는 인간, 천재 생산, 성격 개조 등등, 생명공학은 지금까지 인간이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자연적 한계를 일거에 제거할 수 있다는 기대와 환상을 뿌리고 있습니다. 신과 인간을 갈라놓는 결정적인 차이는 유한성과 불멸성입니다. 지금 생명공학은 인간이 불멸성의 문턱에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습니다.

최재천(사진 왼쪽) : 생명과학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미래는 모든 사람이 최대수명인 120세까지 질병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120세 생일날까지 섹스도 하고 테니스도 하는 등 신나게 잘 살다가 생일잔치를 마치고 잘들 있게나 하고 아무 고통 없이 떠나는 거죠. 이런 세상이 한 사람의 생명과학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인간의 최대수명이 120세를 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선택이 갈고 닦은 결과를 하루아침에 뒤집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어요?

책은 자연과학, 특히 생명공학의 발달을 계기로 `인간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에 시선을 돌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전통적인 물음에 대해 생물학과 인문학이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지, 지식인은 어떤 역할로 기여해야 하는지 과제를 던져준다.

(그림 = 1. 레오나르도 다빈치 作 `비트루비우스적 인체비례` 소묘 2. 미켈란젤로 作` 아담의 창조`)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