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응가하며 배우는 철학?... ‘응강’ 철학
[신간] 응가하며 배우는 철학?... ‘응강’ 철학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7.04.20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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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철학자> 애덤 플레처, 루카스 N. P. 에거 지음 |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대학 이름은 ‘화장실’ 강의 장소도 ‘화장실’ 심지어 강의도 ‘응가를 하며 듣는 강의’라는 뜻으로 응강이라 부른다. <화장실 철학자>(제3의공간.2017) 이야기다.

책은 철학을 ‘쓸데없고 복잡하고 일상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지루한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철학을 화장실에서 충분히 읽어낼 수 있도록 짧고, 굵게 압축시켜 놓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철학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재미있는 접근이 눈에 띈다.

가령 소크라테스를 소개하는 장에서는 화장실 일러스트를 보여주며 소크라테스에게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 화장실 일러스트 (사진=제3의공간)

일러스트 속 몇 가지 번호를 보자. ⓶번 양치컵을 ‘독배’라 명명하고 소크라테스는 극단적 주장을 고집하고 늘 타인과 싸울 태세를 갖춘 철학자라 소개한다. 그 때문에 결국 법정에 서게 되었고, 독이 든 잔을 비운 뒤 세상을 하직했다는 설명이다.

또 ⓹번 일러스트는 돌덩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기 전까지 석공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간 이력을 전한다. 그런가하면 ⓸번은 변기보다 낮은 세면대를 ‘아동용’이라며 소크라테스의 땅딸막한 체구를 떠올리도록 배치했다.

이런 방식의 95개 응강이 펼쳐지고 나면 ‘질문과 답변’ ‘참과 거짓’ ‘존재와 목적’ ‘견해와 관점’ ‘쾌락과 선택’ ‘지식과 패러다임’ 등 굵직한 철학 주제들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 강의까지 들었다면 ‘최종시험’을 치러 15점 이상이면 ‘화장실 철학자’ 자격증이 주어진다는 재미있는 콘셉트다.

책에 따르면 사람이 평생 동안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1년 7개월하고도 보름이다. 화장실에서만 본다고 가정한다면 1년 7개월이면 철학을 한 번 훑는 셈이다. 화장실에서 펼쳐지는 응강 한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 철학으로 입문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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