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사랑한 과학' 유쾌한 산책일기
'의사가 사랑한 과학' 유쾌한 산책일기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3.16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월엔 세포, 4월엔 식물...."문득 홀로 걷고파"

 
   
 

[북데일리] 신간 <산책로에서 만난 즐거운 생물학>(살림.2009년)의 저자 위르겐 브라터(Jürgen Brater)는 독일출신의 의사다. 1996년까지는 개인병원에서 진료를 했으나, 2003년부터는 야간 중 고등학교에서 생물학을 가르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정장을 입은 사냥꾼>과 <실용 연애 백서>가 한국에서 출간되었을 정도로 재미있는 대중 과학서를 쓴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목적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진심으로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같은 길을 다른 시간대나 다른 계절에 수없이 걸어보면서 자연경관이 아침, 점심, 저녁, 밤에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일주일, 한 달, 일 년 동안 얼마나 완벽하게 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9쪽)

그는 집 주변의 자연 속으로 자신의 개 ‘시나’와 1년 동안 산책을 하면서 자연 안에 살아있는 생물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는 1월에서 시작한다.

1월은 인간의 달력으로 한 해의 출발선이다. 숲과 들판은 온통 눈으로 덮여있다. 마치 모든 생명이 사라져버린 듯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서도 생명은 살아서 움직인다. 여우는 1월이면 아주 바쁘게 움직이다. 이때가 여우에게는 짝을 찾아 헤매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 밑의 토양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생명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저자는 여기에서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생명의 특징 중의 하나는 세포라는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저자는 세포와 관련한 과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한다.

세포는 로버트 훅에 의해 17세기 그 존재가 인간에게 처음 알려진다. 이어 19세기에 루돌프 피르호에 의해 세포는 생명체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이란 점이 밝혀진다. 피르호는 나아가 지구상의 생명체는 35억 년 전에 세포분열에 의해 발생했고, 분열한 세포가 복잡한 유기체를 조직하여 각각의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론은 현대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1931년 에른스트 루스카는 전자현미경을 발명함으로 인간은 세포의 내부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1월의 산책 주제는 ‘생명체의 특징’이다.

이처럼 저자는 산책길에서 볼 수 있는 자연환경 속에서 스토리텔링 기술을 이용해 아주 쉽게 생물학적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2월은 ‘생태학’, 3월은 ‘동물행동학’이다. 저자가 말하는 3월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3월, 이제 봄이 기지개를 키고 있다. 새들의 지저귐에서 봄은 시작하나보다. 우리 귀에 아름답게 들리는 새들의 소리는 그들의 세계에서는 짝을 찾는 소리다.’

새의 지저귐 소리는 종마다 다른데, 새의 지저귐이나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동물행동학’이다. 파블로프에서 동물행동학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이어 콘라트 로렌츠의 ‘각인 이론’ 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인간의 행동에까지 논의를 진행한다. 인간도 동물행동학으로 충분히 설명된다는 부분에서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에는 식물들이 본격적으로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기이다. 그래서 4월의 주제는 ‘식물의 호흡’이다. 생물학적 이론은 바로 광합성이다. 5월은 ‘에너지의 전달’이 주제다. 사람이나 동물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사용해야만 한다. 에너지에 관한 이야기 중에는 ‘여자는 왜 남자보다 더 추위를 타는가?’라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을 보도록 하자. 보통 여자는 남자보다 지방이 많기에 추위를 덜 탄다고도 말하기도 하는데, 지방은 열의 방출을 차단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일단 열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추운 겨울철에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에너지의 많은 부분이 체온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이때 열을 발생시키는데 근육이 사용된다. 따라서 여자는 남자보다 근육양이 적기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자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요컨대 남자보다 많이 움직여야 열을 발생시키고 지방이 이 열을 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잡아두어야 추위를 타지 않는데, 남자보다 덜 움직인다면 당연히 여자가 남자보다 추위를 더 타기 마련이다.

여름의 시작인 6월은 ‘유전공학’이야기를 들려준다. 7월에는 ‘DNA와 돌연변이’, 마지막인 12월에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한 이유는 아마 생물학에 있어 진화론이 차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비중 때문이리라.

필자는 얼마 전 달팽이 박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권오길 교수의 <흙에도 뭇 생명이>를 읽어보았다. 권오길 교수의 책은 텃밭을 일구면서 땅속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그런데 책 내용이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아주 구수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었다. 이 책도 권오길 교수의 책과 비슷한 면이 있다. 일단 자신의 주위에 존재하는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란 점이 첫 번째이다. 또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아주 쉽게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 솜씨가 좋았다는 부분이 두 번째다. 그리고 두 저자 모두 자연에 대한 사랑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분이라는 느낌이 마지막 공통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추천사를 바로 권오길 교수가 쓴 점은 아주 적절해 보였다. 권오길 교수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권유하고 있다.

“매일 산책을 나가는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은 어떨까? 반드시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곳을 산책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동일한 시간대가 아니어도 좋다. 이렇게 산책을 하다 보면 한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과 생명체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6쪽)

필자가 최근 집 주변에 있는 산책로를 언제 가보았는지를 생각해봤다.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몇 개월은 지났음에 틀림이 없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집 뒷산을 올라가봐야겠다. 파릇한 새 싹을 보며 봄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 또 흙냄새를 맡으며 봄을 만끽하고 싶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