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난하게 만드는 주범!
세상을 가난하게 만드는 주범!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2.17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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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세계화의 짙은 그늘 조명

[북데일리] “영양 결핍과 기아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21세기 최대의 비극이다. 이는 그 어떤 이유나 정책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는 부조리와 파렴치의 극치다. 나아가 이는 끝없이 되풀이되어온 반인륜범죄에 해당한다.(중략)

현재 지구상에서는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한 명이 기아 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2007년 기아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같은 해 일어난 모든 전쟁의 사망자를 더한 수보다 많다.”(115쪽)

장 지글러는 <탐욕의 시대>(갈라파고스.2008년)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말한다. 지구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영양 결핍과 기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세계은행은 하루에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사는 사람들을 ‘절대적 빈곤층’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에 절대적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놀랍게도 전 세계 인구의 거의 3분의 1인 18억 명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절대적 빈곤층의 숫자는 1억 명이나 증가했다고 하니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18억 명이나 절대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너무 먹어서 탈이 나고 있는 사람들, 즉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는 인구도 거의 10억 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 불균형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절대적 빈곤층이 많은 나라는 흔히 말하는 후진국들이다. 제3세계 국가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들 나라는 대부분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카리브 해에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을 빈곤에 시달리게 하는 주요 원인은 바로 부채다.

채권국(선진국)에서 돈을 빌린 채무국은 일단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 나라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상당히 높다. 이들 채무국이 신용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채권국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원금과 비싼 이자를 갚기 위해 정작 자신의 나라에 필요한 교육이나 식량,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부분에 예산을 지출할 수 없다는데 있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갚아야할 돈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데에 있다. 당연히 이 나라에서 기아는 일상적인 일이 되고 만다. 기아는 신체에 가해지는 끔찍한 고통, 정신적 신체적 기능 약화, 미래에 대한 불안, 경제적인 독립성의 상실 등을 동반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채권국은 원금과 이자도 또박또박 잘 받고 있지만, 이 가난한 채무국들의 쓸 만한 사업거리를 빼앗고, 또 무기까지 판매하고 있다. 돈이 될 수 있는 모두를 모두 먹어치워 버리는 북가사리 같다. 게다가 채무국의 지도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를 이용해 돈을 착복하기도 한다. 그 돈들이 모두 국민에게 사용돼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이 책 <탐욕의 시대>의 주어는 바로 잘 사는 나라들, 즉 채권국이나 다국적 기업을 말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탐욕을 보자.

유전자 변형식품(GMO)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은 기아를 물리치기 위해 이 식품을 생산해야 한다고 자신들의 행동을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은 순전히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생산한다. 그 이유는 현재 세계의 농업 생산력으로 120억 명을 정상적으로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변형 식품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유전자 변형식품이 앞으로 어떤 인체나 지구 시스템에 어떤 문제점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분명한 것은 자연의 질서를 교란시키면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인류가 미래에 유전자 변형식품 때문에 피해를 입더라도 당장의 이익이 되는 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가 바로 유전자 변형식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입장이다. 이것이 바로 탐욕의 대표적인 예다.

또다른 사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커피 원두 1킬로그램 당 가격은 3달러에서 86센트로 폭락했다. 커피를 재배하던 에티오피아의 농민들은 원가에도 한참이나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팔아야했기에, 농토를 떠나 도시의 빈민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세계의 커피 소비자 가격은 하락했을까?

세계 각 국의 대도시의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가격은 오히려 두 배 이상 뛰었다. 커피를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원가는 줄이면서도 소비자 가격은 낮추지 않고 있다. 당연히 그들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이익을 얻고 있고, 커피를 재배하는 많은 사람들은 빈민으로 전락해 기아에 허덕이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후진국 사람들의 기아나 영양 결핍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윤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책의 표지도 위쪽은 고층 빌딩이 즐비한 대도시이고, 아래쪽은 쓰레기장을 뒤지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아주 대조적인 사진으로, 선진국이 후진국의 누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인 장 지글러는 1934년 스위스에서 태어났고 제네바 대학과 소르본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재직했다. 2000년부터 2008년 4월까지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했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은 그가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일하면서 직접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쓰였다. 장 지글러의 또다른 책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2008년 한국에도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유엔 인권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L'empire De La Honte(수치의 제국)’이며, 부제는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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