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과학자 남편이 독가스 만들자 권총 자살
[신간] 과학자 남편이 독가스 만들자 권총 자살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7.03.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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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박사의 과일상자: 과학 일단 상상하자> 홍성욱 지음 | 나무나무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아름다운 여인과 앉아 있으면 한 시간이 1분 같지만, 뜨거운 난로 옆에 앉아 있으면 1분이 한 시간 같다. 그게 바로 상대성이다.”

흥미로운 과학이야기를 짧은 글로 전하는 <홍박사의 과일상자: 과학 일단 상상하자>(나무나무. 2017)에 따르면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는 다르다.

“아인슈타인의 얘기로 널리 회자되는 인용구이지만, 1929년에 미국의 한 신문기자가 기사에서 처음으로 쓴 얘기입니다. 여기에서는 상대성이 마치 심리적인 현상인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다릅니다. 그런데 위의 얘기는 참으로 진실 같습니다. 그러니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겠지요.” (p.17)

짧고 쉬운 말로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과학이 무척 쉽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놀라운 과학적 발견의 이면에는 삶의 생생한 민낯이 숨어 있고, 그 삶은 쌉싸름하기도 하다고 전한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반영한 것이 결국 과학이란 것.

쌉싸름하다고 할 수 있는 과학이야기 하나. 클라라 하버는 1890년에 댄스 교육장에서 프리츠 하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도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화학을 독학하고, 화학 박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첫 번째 여성이 되었다.

10년 뒤 프리츠를 다시 만나 결혼을 한다. 1915년 남편이 독가스를 만들어서 전쟁에 사용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과학의 타락”이고 “삶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학문을 오염시키는 야만적 상징”이라며 남편을 비판한다.

1915년 4월 22일에 벨기에에서 수천 명의 사망자를 낸 첫 독가스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프리츠가 귀가했고 그와 이 문제로 계속 다퉜다. 그녀는 남편이 다시 러시아에 독가스 공격을 하러 떠나는 5월 2일 아침에 그의 권총으로 자살을 했다. 프리츠는 죽어가는 아내를 남긴 채 러시아 전장으로 출발했다.

과학이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놀랄만한 과학적 발견의 이면에는 삶의 민낯이 숨어 있다는 것.

"과학,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 홍성욱은 과학기술학자이자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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