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팔-다리가 석유를 대체한다?
내 팔-다리가 석유를 대체한다?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1.27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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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밟아 가는 버스와 비행기...<인간동력>의 힘!

[북데일리] 에너지 위기, 그렇다. 21세기 초반인 지금 우리는 더 이상 화석연로에 의존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언제일지 모르나 석유 생산은 정점을 지나고,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할 때가 올 것이다. 아니, 이미 그 정점을 지났을지 모른다.

위기를 알고 있었기에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태양력, 풍력, 지열 등 많은 신재생에너지는 아직도 생산 비용이 화석 연료보다 높아 실용화의 길은 멀다. 그 대안으로 인간 동력을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인류 역사에서는 인간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 경험이 두 번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혁명이라고 부른다. 신석기 혁명과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농업혁명이라고도 불리는 신석기혁명은 1만 년 전에 나타났다. 수렵 채집으로 생활을 영위하던 인간에게 농업은 정착생활을 하게 만들었다. 정착으로 인해 인구는 이전보다 증가하고 집단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국가로 발전하게 되었다.

산업혁명도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바꾸엇다. 드디어 인간은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데 본격적으로 기계를 활용하게 시작했고, 이를 위해 새 연료가 필요했다. 석탄은 이전에 나무로 대표되던 에너지원을 대체했고, 이로 말미암아 산업혁명은 꽃을 피우게 되었다.

20세기에 시작된 석유 중심의 에너지 체제는 풍요로운 생활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는 법.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현대 문명은 그 한계에 달했다. 지구 온난화는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큰 두려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인간의 힘으로 과연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고 화석연료로 쌓아올린 현대의 문명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이 이 책 <인간 동력, 당신이 에너지다>(김영사.2008년)안에 들어있다.

저자인 유진규는 어느 날 헬스클럽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5층 전체가 헬스클럽인 이 건물은 바깥에서도 안이 환하게 들어다 보일 정도로 밝은 빛으로 밝혀 있었다. 러닝머신이 수십 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 러닝머신에는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자신의 앞에 켜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서 저마다 운동에 열심이었다. 그 장면을 보고 저자는 “전기세 많이 나오겠네..”하고 생각했다. 그 후 이 장소를 지날 때마다 과도한 에너시 소비에 대해 거부감, 나아가 적개심까지 느끼게 되었다.

“러닝머신의 소비전력을 확인했다. 1,300wh, 형광등 40개를 한 시간 동안 켜 놓는 것과 맞먹는 전력양이었다. 이 정도의 전력양이라면 제3세계의 한 학교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의 혜택을 줄 수 있고 병원 응급실과 수술실을 운영할 수 있다.”(17쪽)

이것이 저자가 인간 동력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였다. 방송사의 PD인 저자는 인간 동력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했다.

인간 동력에 대한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고, 촬영계획을 수립한 후 드디어 취재에 나섰다. ‘인간 동력’하면 제일 먼 저 생각나는 것이 아마 자전거일 테다. 그의 첫 취재 장소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였다. 그곳에는 자전거 페달로 동력장치를 만든 버스가 있는 곳이었다.

자전거로 북미대륙을 두 번이나 횡단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마틴 크리그는 14인승의 버스사이클을 관리하고 있는 인물. 그는 자전거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든다고 말할 만큼 자전거 애호가다.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다리로, 자신의 근육으로 직접 이동하게 되면 새로운 감각의 세계가 열립니다. 자전거에는 평화와 사랑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 적개심과 폭력성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모두가 친구가 됩니다. 인간 동력에는 부유함이 있습니다.”(42쪽)

그렇다면 14명의 사람이 페달을 밟아서 움직이는 이 버스사이클은 얼마만큼의 힘을 낼 수 있을까. 저자의 계산에 따르면 이 버스는 2마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 즉 자전거 페달 하나가 보통 100w의 힘을 가지고 있고, 페달이 14개이므로 1,400w, 700w가 1마력이므로 버스사이클은 2마력의 엔진을 달고 있는 것. 1500cc의 배기량을 가지고 있는 승용차가 100마력 정도의 출력을 낸다고 하니, 버스사이클은 승용차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이 약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대해 “버스사이클은 인간 동력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48쪽)라고 전했다.

물론 인간의 힘은 기계장치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약하다. 그러나 19세기가 끝날 무렵까지 모든 산업 활동생산에서 인간의 노동이 94퍼센트를 차지했다. 요즈음은 고작 8퍼센트 수준이라고 하니, 인간 동력은 거의 설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이는 위에서 자동차와 버스사이클의 비교에서 보았듯이 출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를 보자. 1972년 영국의 한 공군기지에서는 인간 동력비행기에 대한 시험비행이 있었다. '인간 동력비행기'의 이름은 '주피터'(Jupiter). 순수하게 인간의 근육만으로 이륙해서 1Km를 날았다. 그렇다면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힘을 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비행기를 순전히 인간 동력으로 날 수 있게 만들을 수 있다면 인간 동력으로 화석에너지를 어느정도는  대체할 수 있을 수 있다고 보여 진다.

이 책의 후반부에 '클라우드 팜'(Croud Farm)이란 재미있는 단어가 나온다. 이는 지하철역이나 광장 같이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서 군중의 발자국 충격을 바닥에서 흡수해 일종의 발전소를 만든다는 것이다.

지하철 동경 역에서는 2008년 초 실제로 이를 실험했다, 불과 90평방미터의 면적에 설치했지만, 발생하는 전기량은 500KWsec로 100W짜리 전구를 80분간 밝힐 수 있으며, 전철역 개찰구 하나를 하루 종일 운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저자는 신도림역에다가 이를 설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생각해본다.

“서울 신도림역은 환승통로와 각 출구의 계단만 2천 평방미터, 하루 유통인구는 45만 명에 이른다. 여기에 지금보다 효율이 1,000배 개선된 발전마루를 깔면 하루 2,600kwh의 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전동차 운영에 필요한 고압전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역내 전기는 승객들의 발걸음만으로 충당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252쪽)

이렇게 인간의 발걸음의 압력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렇다면 좁은 공간에서 인간의 발걸음 활동이 더 활발한 곳이 있다. 바로 나이트클럽이다.

네덜란드의 로터담에는 세계 최초의 ‘발전형 댄스 클럽’이 2008년9월 오픈 했다고 한다. 이 클럽은 지하1층 지상3층의 대형 나이트클럽으로 1,500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한사람이 댄스 클럽에서 춤을 추면 1인당 20~100W 까지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보고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매일 한 시간씩 인간 동력 운동기구로 운동하면 총 18.2 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4,300리터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약 서울 시민 모두가 하루 한 시간씩 인간 동력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면 하루 30만Kwh, 화력 발전소 1기분의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클라우드 팜, 지속가능한 댄스클럽, 그리고 인간 동력 헬스클럽은 인력발전에 말 그대로 ‘인해전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258쪽)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메시지는 바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근육의 힘이라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우리의 근육의 힘으로 세상을 돌려보도록 하자. 우리의 몸도 건강해질 것이고, 지구도 건강해질 것이다.

아마 독자들은 '인간의 힘으로 과연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고 화석연료로 쌓아올린 현대의 문명이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우리의 근육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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