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호우잉, `세상의 딸들`에 남긴 편지
다이호우잉, `세상의 딸들`에 남긴 편지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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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가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보편적인 정서 아래 개개인의 애절하고 특별한 경험이 서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는 싱싱>(청아. 2001)은 중국 현대 휴머니즘 문학의 대표작가인 다이호우잉(1938~1996)이 딸 다이싱과 1986년부터 1989년까지 3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놓은 서간집이다.

편지 속에서 모녀는 삶을 공감하고 시대를 공유한다. 단순히 부모 자식 간의 애정을 넘어서 그들은 성숙한 인격체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동시대를 같이 고민하는 지식인으로서 서로를 보듬고 일으켜 세운다.

96년 자택에서 돌연 사망한 다이호우잉. 그래서인지 영원할 것만 같던 그녀의 글과, 모녀가 나눈 마지막 편지는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나는 엄마이자 선생님이자 친구였던 한 사람을 잃었다. 그로인해 내 생활은 완전히 달려졌다... 엄마는 내게 많은 추억과 작품들을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엄마의 생활과 사상과 감정의 기록이다... 이제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한 말을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영혼은 죽지 않았다는, 엄마의 사상은 죽지 않았다는 말들을... 우리 둘 사이의 교류는 보다 높은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느꼈다.”


딸 다이싱은 <사랑하는 싱싱>을 통해 생전의 어머니와 나누었던 애정을 되살렸고, 이를 통해 거미줄처럼 가느다랗지만 죽어서도 영원히 끊이지 않을 `인연`을 담아냈다.

죽을때가지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고 고통을 안겨주었던 국가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았던, 그리고 훌륭한 어머니였던 한 다이호우잉. 예술가의 생애와 글은 가장 사랑했던 딸의 손길을 통해 세상에 영원한 자취를 남기고 있다.

책에 소개된 `배웅`을 포함한 여러 글들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창작되지 않은 순수한 개인의 감정을 세밀하게 남겨놓고 있어 작가의 내면과 만남에 손색없는 유산이다.

모녀의 편지 속에는 개혁 개방이 불기 시작했던 80년대 중국 지식인의 고민이 녹아 있고, 생활상과 사상의 편린들이 기록으로 담겨있어 단순한 편지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어쩌면, 다이호우잉이 편지를 통해 다이싱에게 전해준 생각과 사랑은 세상 젊은이들에게 보내고 싶었던 그녀의 마지막 유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진 = 80년대초 펜클럽대회에 참가한 다이호우잉, 맨왼쪽) [북데일리 이주연 객원기자] white_you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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