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박사도 탐낼만한 `러브쿠킹` 가이드
연애박사도 탐낼만한 `러브쿠킹` 가이드
  • 북데일리
  • 승인 2005.11.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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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의 노래 때문이 아니더라도, 1000일은 무척이나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특히 나에게는, 더더욱.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한 소년을 만났는데 2시간후면 1000일째 만나는 거고, 게다가 난 이제 졸업반이니, 내 인생에 가장 꽃다운 한 때를 그 녀석에게 매어있었던 셈이다.

1000일 동안 싸웠다, 화해했다를 무수히 반복하고 산전수전 공중전에, 전반후반 꽉꽉채워 연장전까지 치룬 나는 명실공히 연애 카운셀러가 됐다.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일이 연애상담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꼭꼭 덧붙인다. 내가 아무리 떠들어대도 연애라는 건 제3자가 절대 알수 없는 영역이라고, 그러니 선택은 니 몫이야,라고.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불구경도 싸움구경도 아닌, 연애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멜로고 남이 하면 청승이라지만, 목이 떨어져 굴러다닐만큼 힘차게 끄덕이게 되는 것도, 전화통 붙들고 같이 밤을 새게 하는 것도 연애 이야기다.

그래서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21세기북스. 2005)가 더욱 재밌는 건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야옹양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게 배 아플 정도로, 그래서 별로 특별할 건 없어, 라고 할정도로 내 이야기고 우리 이야기다. 친구의 연애 수다를 듣는 것처럼, 그래서 왠지 야옹양이 나와 아는 사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익숙하다.

사랑받는 기분을 사랑했던 처음과, 그게 사랑인걸 알게되는 순간과, 그 사랑 때문에 슬퍼지는 위기가 나에게도 있었다. 다른 사람은 절대 이해할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그 설레임과 외로움을 야옹양의 글에서 읽는 순간, 왠지 서러워져서 엉엉 울었다.

언젠가 나도 그냥, 그에게 더 사랑받고 싶은 나의 마음이 그한테 들리기를 소원하면서(지금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이었다)

"나 되게 우울하고 외로운 것 같아"하고 말했다. 아직 어렸던 그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면서 화를 냈고, 나는 그게 더 슬프고 서운해서 울기만 했다.

빨간 표지가 너무 귀여운 "연애요리" 책을 산 날. 모처럼 도서구입을 `허락` 해준 녀석(책은 도서관에서!가 생활모토인 그)과 오붓하게 앉아 문제의 그 단락을 읽었다.

"나 어쩌면 외로운건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널 외롭게 하니?"

난 그가 곁에 있어서 더 외롭다. 그 사실이 너무 슬프다 (본문 중)

"뭐냐, 이거 나 읽고 생각 좀 해보라는 거냐?"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 한참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앞에 있는 책장만 뒤적였다. 헛기침 몇 번.

그리고 집에 갈 즈음, 그의 입에서 새어나온, 지금도 외롭냐는 말이 무척이나 마음을 퀭하게 했다. 나는 웃고 떠드는 사이 이미 잊고 있었는데, 계속 신경이 쓰였나보다. 어쩌면, 사실은, 나 때문에 외로운 사람은 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코 끝이 시렸다.

내일은, 야옹양에게 전수받은 초코케이크와 이것저것들을 만들어줘야지. 그리고 같이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도, 낯가지러움을 무릅쓰고 꼭 해주어야지.

그런데, 뭘 해줄지 메뉴를 고르다보니, 귀여운 빨간책이 벌써 꾸깃꾸깃, 손때가 묻었다.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김민희/21세기북스/2005)[북데일리 최희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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