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나키스트를 아시나요
한국의 아나키스트를 아시나요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31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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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활발한 독립운동

[북데일리] 장동건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아나키스트’의 아니키스트들은 폼이 났다. 스크린 속의 그들은 ‘멋진 테러리스트’였다. 당시 관객들은 그들의 모습에 열광했지만, 곧 잊혀졌다. 아나키스트에 대한 관심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고 8년이 지났다. 아나키스트에 대한 인식은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아나키스트를 듣고 무정부주의자를 떠올리면 다행일 정도의 관심. 혹 ‘한국의 아나키스트‘라고 하면 더 생소하게 들린다. 한국에도 아나키스트가 있었던가?

분명 존재했다. 그것도 일제강점기 때 자유와 평등,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운 아나키스트들이 있었다. 다만 다른 독립투사들에 비해 덜 알려져 몰랐을 뿐이다. 신간 <한국 아나키스트들의 독립운동-일본에서의 투쟁>(이학사. 2008)의 저자 김명섭 강남대학교 교수가 이를 밝힌다.

책에 따르면 아나키즘이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건 1920년대다. 그들의 싸움은 그 누구보다 거칠었다. 저자는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아나키스트들은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나 공산주의자와는 달리 일체의 타협 없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총칼과 폭탄을 들고 가장 강력하게 투쟁한 혁명가”라고 말한다.

일본 내의 아나키스트들은 한인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각종 사상 단체와 노동조합을 결성해 사상운동과 노동운동을 해왔다. 최초의 한인 사상 단체는 1921년 흑도회로 원종린, 김약수 권희국, 박열 등의 학생들이 주도했다.

이들이 사상 연구의 기반을 닦았다면 1922년 조직된 흑우회는 아나키즘운동을 본격화한 단체다. 흑우회는 일본 천황을 폭살하려다 실패한 박열사건으로 주춤했지만, 1926년 활동을 재개해 흑우연맹, 조선자유노동자조합, 조선동흥노동동맹등과 함께 아나키스트 활동을 펼쳤다.

책은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과 아나키즘의 이념적 내용을 시기별로 나눠 설명한다. 또 좌우 갈등 속에서 묻혀 버린 인물들, 이를테면 박열사건 이후 한인 아나키스트운동을 이끈 김정근, 이홍근, 노동조합 지도자였던 한하연, 최낙종 등의 주요 활동과 신상 명세를 담았다. 그동안 아나키스트들이 단편적, 개괄적으로만 소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귀중한 자료가 될 터다.

저자는 책을 통해 아나키즘이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김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나 통일 한국의 미래상을 만드는 데 나름의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다음은 그가 생각하는 아나키스트의 21세기적 가치다.

“고도의 정보화와 글로벌한 국제 자본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세계는 더 이상 강력한 권력과 막대한 자금만으로 대중을 이끌어가는 금권주의 사회도 아니며, 당과 관료가 지배하는 권의 체제도 용납하지 않는다.-중략-거대한 역사의 물결 속에 아나키즘이란 사상이 마르지 않은 샘물처럼 시대정신을 관통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80년 전부터 자율, 자치, 자유공동체의 사상을 온몸으로 실천해온 한국 아나키스트들에 대한 연구가 비단 몇몇 연구자만의 몫일 수 없으며, 단순히 과거 역사 복원의 의미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건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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