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똑같진 않은가 보다. 방학이 정말 싫은 아이들도 있단다. 경기도 여주의 하호분교 아이들이다. 방학이 싫은 이유, 들어보면 놀랍다. 학교가 너무 좋아서란다. 학교가 즐겁고, 내내 교실에 머물고 싶단다. 방학식날 한 아이가 울상이 돼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 인제 학교 못 와요?”
‘학교=감옥’이라고 여기는 요즘의 통념과 너무 다른 생각이다. 하호분교는 대체 어떤 곳일까.
신간 <하호 아이들은 왜 학교가 좋을까?>(철수와영희. 2008)에 답이 있다. 책은 하호분교의 장주식 교사가 아이들과 1년간 부대끼며 겪은 일을 담았다.
하호분교의 전교생은 39명. 요즘 눈으로 보면 모두 별난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소풍을 가도 군것질을 안 한다. 매점엔 눈길도 안 준다. 휴양림에 놀러 간 장 교사는 매점 주인에게 이런 푸념을 들었다고 한다.
“어째 매점에 오는 아이가 하나도 없어요? 분명히 아이들이 한 차가 왔는데, 이렇게 물건을 한 개도 못 팔아보기는 처음이네...”
교사들이 매점 가지 말라고 다그친 게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말자는, 쭉 그래온 전통이다. 물론 처음에는 혼도 내고 자율에 맡기기도 하고, 티격태격 의견대립이 많았다. 소풍날 만큼에는 먹이자는 부모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정착이 돼 아이들은 인스턴트 식품에 거의 관심을 안 갖는다. 그 때문에 부모님들의 수고가 많다. 간식으로 감자를 찌고, 과일을 잘라 들려 보낸다. 음료수 역시 안 사먹기 때문에 수정과나 식혜를 만들어 챙겨준다. 조금 불편해도 그 덕에 아이들은 건강하다.
모둠활동은 하호분교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모둠을 짜 하는 체험활동인데 토요 체험을 월 2회하고, 주제별 체험도 병행한다. 토요 체험은 계절에 맞춰 다양하게 이뤄지는데, 올해에는 1년 체험으로 논농사를 지었다. 아이들은 논에 발을 담근 채 손으로 모를 심었고, 어머니들은 국수와 돼지머리를 삶아 아이들을 먹였다. 풍물패 ‘타래’는 공연으로 신바람을 돋웠다. 추수를 해서 밥, 떡을 해먹고, 겨울엔 볏짚으로 공예품을 만들었다.
이런 학교다.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어울리며, 꿈을 키우고 자란다. 그래서 방학이 싫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저자는 하호분교를 소개하며 현 공교육의 문제점, 대안교육의 방향, 진정 아이들을 위한 길은 무엇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하호분교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일제고사 거부로 해임당한 7명의 교사가 지금 싸우고 있다. 그 옆에서 아이들은 울고 있다.
(사진제공=철수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