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반복되는 현대사 논란 대체 왜?
[화제의책] 반복되는 현대사 논란 대체 왜?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26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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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익에 맞는 역사 손들어주기 때문..."

[북데일리] 한국 현대사 문제로 또 시끌시끌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학교, 군부대, 정부기관에 뿌린 3만 여부의 홍보책자 때문이다.

비판 측은 이 책자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4.19와 같은 민주화의 핵심 사건의 가치를 폄훼하며,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등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잇달아 불거진 건국절 논란, 역사교과서 수정 논란과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인 셈이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김영명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이를 ‘자기 이익’에서 찾는다.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대부분 자기 이익과 관련된 역사에 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에 따르면 객관적인 역사는 없다. 그는 신간 <좌우파가 논쟁하는 대한민국사 62>(위즈덤하우스. 2008)에서 “역사가가 아무리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해도 결국 자신의 관심과 이익과 취향과 가치관이 그 ‘객관적인’ 역사 기술에 배어들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역사는 주관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주관적인 세계관은 자기 이익과 밀접히 관련된다. 보수 주류 언론은 일제 강점기에 어쩔 수 없이 친일 행위를 했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면 엄청난 명예 손실과 물적 손해를 보게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과거사 조사라든가 친일 인사 명단 작성 같은 일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뿐 아니라 급기야 친일행위를 옹호하는 주장마저 서슴지 않는다.”(p256)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민중 혁명과 미국의 침략에 초점을 맞추어 좌편향이라면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나 <한국 근현대사(대안교과서)>는 일제 강점기를 정당화하거나 옹호하고 권위주의 독재를 변명하는 우편향이다. 어느 것도 역사의 진실을 전달하지 않는다.-중략- 취사선택한 사실들을 자신의 구미에 맞추어 해석하기 때문이다.”(p254)

이런 편향된 역사 인식은 누구에게나 있다. 정치인, 경제인, 학자, 평론가, 시민 모두 마찬가지다. 다른 건 학자, 평론가의 경우 다른 축보다 교묘한 논리를 총동원 해 가진 능력을 발휘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 같은 점을 꼬집으며 그는 책에서 최대한 객관적 입장에서 현대사를 다뤘음을 밝힌다. “대한민국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는 가장 격하게 논쟁이 벌어지는 안건 62개에 대해 균형적 시각의 서술을 시도한다.

이를 테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 평가다. 이승만은 진보 쪽에서는 무능력한 독재자로, 보수 쪽에서는 건국에 성공한 국부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이씨 왕조의 후계자로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임금님”이라면서도, “민주화되었다는 지금 한국 정부가 보여 온 여러 저자세 외교의 사례들을 생각하면 이승만의 그 오기와 당참이 그리워지기도 한다”고 전한다.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 저자의 해석, 회색분자의 비겁한 변명은 아닐까. 혹 이도 저도 아닌 그의 입장을 비판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김 교수가 바라던 바다.

“이 책을 보고 기분 나쁜 사람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좌파에게도 우파에게도, 민족주의자에게도 사대주의자에게도, 그리고 주류에게도 비주류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책이다. 하지만 좌파에게도 욕먹고 우파에게도 욕먹는다면,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성공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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