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누구나 인생의 스승, 멘토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란 영 쉽지 않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놓고 또는 억지로 관계를 맺기란 불가능하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그렇게 엮인 인연은 쉽게 부서지고 끊어진다.
멘토는 꼭 사람이어야 할까. 신간 <책 숲에서 사람의 길을 찾다>(휴먼드림. 2008)를 읽으면서 든 의문이다. 저자 최복현은 그의 멘토로 사람이 아닌 책을 꼽는다. 그냥 책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된 고전이다.
<책 숲에서 사람의 길을 찾다>는 그의 독서록이다. 인생을 좌지우지했던 책 22권을 소개한다. <모모>, <돈키호테>, <바다와 노인>, <모비 딕>, <이방인>, <보바리 부인>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작이 빼꼭하다. 각 글은 줄거리, 내용 분석, 교훈, 작가 소개로 채웠다.
눈길을 끄는 건 책에서 길어 올린 삶의 교훈이다. 개인적인 소회지만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조언이다. 까뮈의 <시시포스의 신화>를 예로 들어보자.
알다시피 <시시포스의 신화>는 까뮈의 대표작이다. 여기서 까뮈는 시시포스의 이야기를 들어 인간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말한다.
시시포스는 신들에게 버림받아 지상으로 쫓겨난다. 언덕을 향해 무거운 돌을 굴려 올리는 게 그의 형벌이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 않다. 기껏 힘들여 정상까지 올리면 곧 반대편 바닥으로 굴러간다. 그러면 내려가 다시 정상에 올린다. 이를 무한 반복해야 한다.
헛된 일이지만 시시포스는 계속 그 일을 해낸다. 이는 비단 신화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까뮈는 이를 인간의 부조리한 운명과 같다고 전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뭘까. 저자는 “부조리를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러한 부조리한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 행복해지는 길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도리 밖에 없다. 피할 수 없는 더위라면 그 더위를 고통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더위를 즐겨야 행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주어진 그 부조리한 고통의 삶의 문제들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이고 맞이해야만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하나 더 덧붙인다.
“시시포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지난 일은 나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므로 이미 나의 것이 아니며, 미래란 또한 나에게 주어지란 보장이 없으니 이 또한 나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에게 지금 이 순간만이 소중한 것이다.”
저자는 한 권의 책에서 이렇게 의미를 찾았다. 곧 <시시포스의 신화>는 그의 멘토가 됐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 읽은 책 중 자신의 가치관을 뒤흔든, 평생의 멘토로 삼을 만한 그런 책은 과연 몇 권이나 될까. 1권이라도 있었다면 다행, 그렇지 않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내년에는 좀 더 부지런히 찾아 읽어내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