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렛 먹는 건 '아이 살 뜯어 먹는 것'
초콜렛 먹는 건 '아이 살 뜯어 먹는 것'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17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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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거나 외면했던 세상의 어두운 진실들

ⓒEndre Vestvik
[북데일리] 페이지를 넘기기가 두려운 책이 종종 있다. 몰랐던, 혹은 외면했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담은 책이 그렇다. 다음 장을 넘기면 어떤 추악한 진실이 꿈틀대고, 그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먹먹해질지 몰라, 한 번 손을 대려면 심호흡을 해야 한다.

신간 <힐 더 월드>(문학동네. 2008)가 그런 책이다. 책표지에 실린 해맑게 웃는 아이의 표정, 슥 책장을 넘겼을 때 보이는 아기자기한 구성은 읽기 쉬워 보인다.

하지만 속을 보면 무심히 넘기기 어려운 진실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초콜릿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두 달 후면 나라 전체에 초콜릿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때문이다. 그런데 그 초콜릿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초콜렛이 목구멍에서 쉬이 넘어갈지 의문이다. 코트디부아르공화국 카카오 농장에서 노예 노동을 했던 아이 빈센트의 말이다,

“그들에게 말해주세요. 당신들이 초콜릿을 먹을 때, 당신들은 초콜릿이 아닌 우리들의 살을 먹고 있다고.”

책에 따르면 초콜릿의 원료를 만드는 카카오 농장의 노동자는 아이들이다. 그들은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팔려온다. 코트디부아르공화국에는 초콜릿을 만드는 수천 명의 아이들이 고작 25유로(한화 약 41,000원)에 거래된다.

부모가 돈이 없어 빚을 졌기 때문이다. 돈은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물건으로 탈바꿈 시켰다.

초콜릿뿐이 아니다. 인도 아이들은 그 나라의 대표적 수출상품인 양탄자를 만들기 위해 노예처럼 일한다. 많이 먹으면 존다고 음식도 조금 밖에 안 준다. 웃고 떠드는 건 당연히 금지. 아이들은 굶주림을 안고, 입을 앙다문 채 하루 14시간을 일한다.

어른들의 탐욕에 무참하게 희생되는 아이들은 세계 도처에 널렸다. 유니세프의 자료에 따르면 1999~2006년 5세 이상 14세 이하 아동 노동자의 비율은 동남부 아프리카 평균 36%,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평균 35%, 중서부 아프리카 평균 34%, 동남아시아 평균 13%에 이른다.

책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참극을 그러모았다. 내전, 에이즈, 기아, 환경오염 등 피와 눈물이 어린 모든 분야를 다룬다. 장황한 통계와 복잡한 설명은 없다. 짧지만 인상적인 몇 개의 분장, 명쾌한 숫자, 아픔이 배어나오는 사진 몇 장으로 머릿속에 쉽게 각인될 수 있게 구성했다.

세상의 진실을 대하기가 두렵다면 읽지 않기를 권한다. 만약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그야말로 ‘강추(강력 추천)’다.

한편 책의 인세 1,300원은 국제아동돕기연합의 구호활동에 쓰인다. 말라리아 치료약이 우리 돈으로 500원이다. 1,300원이면 3명의 어린이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3명의 굶주린 아이를 꽤 배불리 먹일 수 있다.

(사진제공=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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