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정우X강하늘이 그리는 아프지만 희망찬 진실
'재심' 정우X강하늘이 그리는 아프지만 희망찬 진실
  • 황미진 기자
  • 승인 2017.02.06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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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재심' 스틸컷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은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사건으로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서 다뤄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재구성했다. '증거 없는 자백'을 근거로 살인자가 된 소년은 1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영화는 한 변호사가 사건을 접하고 우여곡절 끝에 재심이 진행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냈다.

영화는 '잔혹한 출근'(2006), '또 하나의 약속'(2013)에 이은 김태윤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지듯 김 감독은 암울한 사회 현실을 고발함과 동시에 휴머니즘을 중점으로 이번 영화를 탄생시켰다.

'재심'은 벼랑 끝에 몰린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혐의로 10년 옥살이를 했다는 현우(강하늘 분)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준영은 '난 안 죽였다'는 한마디에 돈과 유명세를 모두 얻을 '건수'임을 직감하고 재심을 추진한다. '재심'이란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을 다시 다루는 재판.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며 조금씩 현우와 가까워지던 준영은 조금씩 달라져 간다.

이 영화는 지난해 무죄판결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 씨는 당시 15살이던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 7분경 익산시 약촌오거리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택시기사 유모(당시 42) 씨와 시비 끝에 유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된 후 2010년 출소했다. 법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나태한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범죄자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피해자는 무려 10년의 복역기간을 모두 채웠고 무고를 입증하기까지 16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재심'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재판이기에 김태윤 감독은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실화지만 실존 인물의 디테일한 부분은 가리고 허구 인물을 통해 스토리를 극적으로 살렸다. "단지 문제작으로 비춰지기보다 관객들이 몰입하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구성과 스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김태윤 감독의 의도가 돋보인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누가 진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억울하게 10년 옥살이를 하고 나온 피해자는 국가로부터 빚 독촉을 받고 범죄자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는다. 이런 부조리한 면을 다루기 위해 인물 내면을 동시에 뜯어 살피는 과정의 소화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이경영, 한재영의 열연이 관객들에게 강한 흡입력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주연을 맡은 정우와 강하늘은 서로를 믿지 않던 준영과 현우로 분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노련하게 표현했다. 정우는 특유의 유연한 연기로 속물이지만 정의로운 준영을 매력적으로 그려냈고 강하늘은 극중 10년을 살인자로 살아온 청년 현우 역을 맡아 119분간 줄곧 호소와 악에 받친 격분을 쏟아낸다.

'재심'은 억울하고 또 아프지만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진실에 대해 다룬다. 암울한 사회 현실을 고발함과 동시에 휴머니즘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간의 사회 고발 영화 등과 또 다른 차원의 장점으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오는 16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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