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했던 맹학교 '점자 책 기증'
특별했던 맹학교 '점자 책 기증'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1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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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북밴 노래... 아이들 감수성에 놀라

[북데일리] 아이는 종이를 손으로 더듬었다. 점자였다. 세상 말로 시각장애인,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였다. 이내 낭랑한 목소리가 강당을 메웠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시인 정호승의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손에서 입으로 전해진 시는 음악이 돼 공간을 떠다녔다. 이어진 사람들의 박수. 아이의 이름은 윤혜원, 서울맹학교 학생이다. 낭독을 마친 혜원이는 살포시 웃으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맹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점자도서, 녹음도서 기증식이었다. 이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는 점자도서와 녹음도서 총 71종을 학교에 전달했다.

행사는 1부 기증식, 2부 축하공연으로 구성됐다. 혜원이가 나선 건 2부였다.

아이에 앞서 정호승 시인이 축하인사를 건넸다. 정호승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기쁨에게> 등의 시집을 내고, 지금까지 제3회 소월시문학상, 제12회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한 우리나라 대표 시인이다. 무대에 선 그는 시 ‘시각장애인 식물원’을 육성으로 들려줬다.

2부는 문학밴드 '북밴'이 채웠다. 소설과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북밴은 정호승 시인의 시 ‘넘어짐에 대하여’를 열창하며 화답했다. 그 외에 자작곡 ‘19세’, 기성곡 ‘깃발’ 등을 부르며 흥을 돋웠다.  대부분 어린 학생들로 채워진 이 자리는 어수선하리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열띤 호응을 받았다. 이는 보이는 것 이상을 느끼는 아이들의 감성이 특별했기 때문.

이날 행사는 간윤이 주관했다. 간윤은 직접 제작한 점자도서와 녹음도서를 맹학교와 주요 점자도서관 50곳에 배포할 예정이다.

(사진제공=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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