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양호문 작가 "나도 꼴찌 인생"
신인 양호문 작가 "나도 꼴찌 인생"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10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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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실패-좌절...나이 50줄 문학서 인생 꽃피워

“나도 꼴찌 인생이었습니다.”

[북데일리] 늦깎이 신인작가 양호문은 지난 인생을 밑바닥에 비유했다. 그의 나이 올해 49살. 무엇하나 이룬 게 없었다. 경제적 무능력, 연이은 좌절로 상처만 안고 살았다. 가족에겐 늘 미안했다.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제2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장편 <꼴찌들이 떴다>(비룡소. 2008) 출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그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주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

그의 입에서 지난했던 세월이 줄줄 흘러나왔다. 작가는 평생 글을 써왔다. 글쓰기는 유일한 재능이자 취미였다. 국문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행정학과를 택했다. 졸업 후 여러 일터를 전전했다. 건설회사, 편의점, 외판원, 입시학원 강사, 신문사 지국 총무, 우유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 탓에 늘 곤궁했다. 때로는 일거리 대신 펜만 잡았다. 자연히 빚을 얻었고, 액수는 속절없이 늘어 갔다. 문학에 대한 욕심은 살림을 더 어렵게 했다. 그나마 생계를 유지했던 건 아내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아내가 생계 대부분을 담당했습니다. 다른 사람 신발을 신고 언덕길에 오르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도 내색 한 번 안했어요. 늘 마음이 무겁고 미안했습니다. 집사람에게 가장 고맙죠.”

왜 포기하지 못했을까. 그에게 문학이 무어라고.

“짝사랑이었습니다. 하늘이 준 운명이라고 여겼어요. 문학 아니면 죽을 것 같았어요. 내 생각 전부를 글로 표현하고 죽고 싶었어요. 갈 길이 주어졌으니까 후회 없이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던 끝에 빛을 본 작품이 <꼴찌들이 떴다>다. 기계공고 3학년 아이들이 강원도 두메산골의 지옥 같은 노동 현장에 내몰리게 되며 겪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모두 꼴찌, 소위 말하는 비주류다. 그는 소설을 통해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자기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꼴찌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싶은 마음입니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실제 기계공고를 다니는 친아들에게 얻었다. 말투와 외양 등을 세심히 관찰해, 현실감을 살렸다. 여기에 자신의 경험, 상상, 보충취재를 더해 완성했다.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하성란은 “시작도 하기 전에 비주류로 내몰린 남학생들이 보낸 여름 한철 이야기로 에둘러 말하지 않고 우리의 아픈 곳을 딱 찌르는 작가의 순발력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꼴찌들이 떴다>는 작가의 첫 번째 출사표다. 공식적으로는 2000년 ‘교산허균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으나, 그 이후 별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이야말로 문학 인생의 본격적인 시작인 셈이다.

출발이 늦은 만큼 욕심이 크다. “늘 엎드려서 소설을 구상했다”는 그는 앞으로 쓰고 싶은 게 많다. 지금까지 써둔 소설만도 여러 편, 이참에 꼴찌 시리즈를 써볼까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더 이상 꼴찌가 아니기에 가능한 계획들이다.

한편 이번 기자간담회는 비룡소가 주최하고 민음사 출판그룹이 후원했다. 세종문화회관 벨라지오 레스토랑에서 오전 11시에 열렸다.

(사진제공=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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