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김어준, 마광수, 봉준호 공통점
강준만, 김어준, 마광수, 봉준호 공통점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09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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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되, 회의하는 열정을 지닌 사람"

[북데일리] 지승호는 사람 만나는 게 일이다. ‘전문 인터뷰어’가 그의 공식 직함. 인터뷰를 하고 글을 써, 매체에 기고하거나 책을 내며 밥을 먹는다. 국내 유일무이한 전업 인터뷰어다.

지금까지 낸 책은 전부 인터뷰집이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괜찮다, 다 괜찮다>, <감독, 열정을 말하다>,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등 10여 권의 책을 통해 타인의 삶을 오롯이 담아왔다.

그의 새 책 <열정 바이러스>(바른지식. 2008) 역시 남을 이야기한다. 강준만, 김어준, 노회찬, 마광수, 봉준호, 손석희, 신해철, 유재석, 조영남, 조정래, 허영만 등 유명인사를 다룬다. 인터뷰집은 아니다. 유재석, 허영만을 빼고는 모두 한 번씩 만났지만, 다른 자료를 많이 참고해서 썼다. 인터뷰에 의존하지 않고 쓴 그의 첫 책인 셈이다.

저자는 각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그들의 입을 통해 저자가 직접 들은 말, 각종 책과 기사를 통해 쏟아진 말과 분석을 이용해 한 인물의 모습을 그린다. 이를 하나로 꿰뚫는 키워드는 ‘열정’과 ‘광기’다. 이를 두고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책은 미쳐서(狂) 미친(及) 사람들의 기록이다. 그들의 열정은 순수하되, 회의하는 열정이다. 내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내가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반성과 돌아봄이 수반된 열정이다. -중략- 이들의 열정은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향해 있다. 그들은 비울수록 채워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다.”

각 인물들의 주옥같은 어록을 그릇 하나에 버무려낸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중간 중간 툭툭 터져 나오는 말의 성찬이다.

“평생 영화 밖에 몰랐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영화에 대한 사랑이나 집착 같은 것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던 적도 없다.”(봉준호 영화감독)

“나는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고,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각자 스타일이 있고, 꼭 1등을 해야만 좋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만화를 한다는 사실이다. (허영만 만화가)

진득하니 앉아서 대담을 나누는 느낌의 책이다. 각 인물의 과거, 현재, 미래를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담았기 때문일 터다.

굳이 딴죽을 걸자면 책 표지를 꾸민 문구다. “도대체 난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의 비밀은 당신 안에 숨은 열정 속에 있다!”와 같은 상투적인 문구는 이미 숱한 자기계발서에서 본 표현이다. 굳이 이런 식으로 실용성을 강조해야 했을까. 좋은 내용이 이런 문구에 가려 그저 그런 책으로 분류 돼, 자칫 독자들에게 외면 받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이 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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