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된 내 소설로 문학상 타다니...
분실된 내 소설로 문학상 타다니...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05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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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도착의 론도' 이색 소재, 서술트릭 흥미진진

[북데일리] 작가 지망생이라고 가정해보자. 심혈을 기울여 이제 막 작품을 완성했다. 끝내주는 추리소설이다. 목표는 월간추리 신인상. 입상만 하면 앞길은 탄탄대로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번에 응모만 하면 당선되리라는 확신이 있다. 그만큼 열심히, 잘 쓴 소설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친구의 실수로 원고를 잃어버린 것. 컴퓨터에 저장해두지 않았냐고. 아차, 때는 1980년 대. PC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따로 저장해 둔 파일 따윈 없다.

상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다니. 절망이 하늘을 찌른다.

그러고 얼마 후, 결과가 발표됐다. 수상자의 이름은 ‘시라토리 쇼’. 그의 작품을 읽어본다. 이게 웬일인가. 얼마 전 분실한 자신의 소설과 토씨 하나 예외 없이 똑같지 않은가.

신간 <도착의 론도>(한스미디어. 2008)는 이런 기막힌 사연을 다룬 추리 소설이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오리하라 이치는 원작자 야마모토 야스오와 도작자 쇼의 추격전을 그린다. 다음은 분기탱천한 주인공 야스오의 절규.

“용서할 수 없다. 훔친 원고로 월간추리 신인상을 거머쥐고 나를 죽이려 했던 녀석. 끝까지 쫓아 진실을 밝히겠다. 단순하게 죽이는 방법으로 내 분노를 잠재울 순 없다. 천천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도록 해주겠다!”

작가는 이런 야스오의 광기와 집착, 복수를 한데 모았다. 소설의 흥미를 더해주는 건 특유의 서술트릭이다. 서술트릭은 소설 내의 글과 구성으로 트릭을 만들고, 동시에 힌트를 주며 독자를 속이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다. 풀어 말하면 작가가 독자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맞춰보라고 도전장을 내미는 형식이다.

한편 <도착의 론도>는 작가의 ‘도착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후속작인 <도착의 사각>, <도착의 귀결>도 곧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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