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화점의 감동적인 포도이야기
한 백화점의 감동적인 포도이야기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2.02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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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사연 뭉클..."유통매장에서 친절은 생명"

[북데일리] 일본의 유명 백화점인 '다카시마야'의 상징은 포도다. 여기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다카시마야 백화점 니혼바시 본점이 자리한 도쿄시내를 조금 벗어난 판자촌에 한 모녀가 살고 있었다. 모녀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여자는 5살 난 딸이 예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힘든 줄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딸을 업고 병원을 찾은 여자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의사의 백혈병이라는 진단. 곧바로 입원해 간호에 매달렸지만 아이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태였다.

여자는 무력한 자신을 원망했다. 무엇이든 해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렇게 물었다.

“얘야, 엄마가 뭘 해줬으면 제일 좋겠니?”

딸은 파리해진 얼굴로 괜찮다고 답했다. 집안 사정을 너무 잘 아는 딸이었다. 여자는 지갑의 소액권을 긁어모아 딸에게 보여줬다. 전부 합쳐 2000엔. 적은 돈이었지만 아이가 보기엔 큰 금액이었다.

“우리 부자네요? 그럼 엄마, 나 포도가 너무 먹고 싶어요."

엄마는 포도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어디에도 포도는 보이지 않았다. 한겨울에 포도를 구하기란 쉽지 않은 시대였다.

물어물어 들른 곳이 다카시마야 백화점이었다. 한참을 뒤지던 끝에 포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쁨은 곧 좌절로 바뀌었다. 파는 게 아닌 전시품이기 때문이었다. 내년 7월 이후에나 살 수 있다는 문구만 무심하게 버티고 있었다.

여자는 이내 주저앉아 울었다. 이를 본 한 판매사원이 자초지종을 물었다. 여자의 사연을 들은 판매사원은 가위를 빼들었다. 그러더니 오동나무 케이스에 포장된 포도상자, 즉 전시품을 뜯어 포도를 잘라냈다.

“손님, 포도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어린애가 한 번은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어서 가서 따님에게 먹여주세요.”

여자는 돈을 내려 했지만, 사원은 극구 거절했다.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며 어서 병원으로 돌아가 포도를 아이에게 주기를 재촉했다.

병원으로 간 여자는 딸에게 포도를 먹였다. 얼마 후 아이는 세상을 떠났다.

이 사연이 세상에 공개된 건 1989년이다. 당시 소녀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가 그 날의 일을 정리해 ‘마이니찌 신문’에 기고한 것. 5월 4일 신문에 난 이 이야기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를 계기로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상징은 장미에서 포도로 바뀌었다. 이후 고객만족경영의 대표 사례로 전해지고,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인기는 치솟았다.

이 이야기는 신간 <행동하는 유통매장관리자>(보는소리. 2008)에 나온다. 저자인 현대백화점 김경호 인재개발원장은 “그 백화점 판매사원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고객 사랑을 실천한 것이야 말로 우리에게도 서비스철학이 뭔지를 느끼도록 해주고 많은 가르침을 가르쳐준 계기”라고 평가한다. 또 “친절이란 결코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을 위한 일터인 유통매장에서는 친절은 생명체나 다름이 없다”고 덧붙인다.

책은 20여 년 간 쌓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기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통매장의 관리와 교육, 고객만족 등에 관련한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실무 교육 지침서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사진제공=보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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